드디어, 눈이 오신다

-'어디십니까?'vs '어디입니까?'

by 어느니


나는 이 카페에 자주 들른다.

여기를 자주 찾는 덴 여러 이유가 있다.

집에서 가깝고 넓고 확 트인 공간, 바리스타가 건네는 친절과 사려 깊은 배려심, 그리고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이 끌려 자주 오고 싶어진다.

아로마노트 라테를 한 모금 넘길 때 목에서 오는 감각, 입술을 푹 적시는 거품을 접선할 땐 왔다, 까페라떼!! 다.

이 지역에는 타 도시에 비해 친절한 이웃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 이 젊은 바리스타가 언제인가 “따뜻한 물 한 컵을 드릴까요?”라며 먼저 물어오지 않는가. 그 후 줄곧 카페라테와 물 한 컵을 받친 냅킨을 쟁반에 미리 챙겨 놓고 부른다.

마스크로 가려져 느낄 수 없지만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뽀얀 피부빛, 눈썹을 가린 듯 클레오파트라 머리 스타일이 그녀의 얼굴이다.

특별히 나를 배려해 준다는 착각에 잠깐 빠지기도 했는데 그럴 인격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특별히 높은음으로 반기지도 않고 이유 없는 웃음도 안 보인다. 학자연한 모습, 담담한 듯 간결한 목소리에 신뢰가 간다.

이런 섬세한 배려가 내 마음을 데운다.

여자 바리스타가 하는 행위를 봐서일까, 남자 바리스타도 그렇게 따라 한다.

나는 언제나 ‘고맙습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깍듯이 반응한다. 여느 때완 좀 다르게 말이다.

이곳에 다시 온 지 14년이 되어서야, 눈다운 눈, 함박눈을 처음 만났다.

10여분 양념 뿌리듯 잠깐 내리는 게 아니라 쉬지 않고 눈이 내려서 쌓이기까지 한다.

진눈깨비가 온다는 예보는 미리 알았지만, 오랫동안 그런 내용의 예보는 빗나가기가 일쑤여서 오늘도 그러려니 하며 무심히 넘겼다.


오늘따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몇 바퀴 돌고 보니 당근구매 문의가 들어와 있었다. 얼마나 급하길래 새벽 5시에 문의를 했을까 그가 보낸 ‘어디십니까?’라는 문자에 피식 웃으며 동하고 만다.

'어디입니까?'는 당신이 있는 그곳 -장소- 어디인가요? 공간의 정체로 이해되지만

‘어디십니까?’는 어디쯤이에요? 잘 오고 있나요? 현재 좌표, 존재의 위치를 스스로 점검해 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거 같아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피식 웃을 수 있었다.


남다른 새벽 시너지의 흐름이 영향을 미쳤을까 음악이 호젓하게 흐르는 카페에서 이런 함박눈을 만나다니.

이 지역에선 오랜만에 만끽하는 함박눈 탓인지 3명의 바리스타는 바쁘다. 실내 온도가 서늘해서 부탁을 했는데 잊어버렸는지 감감무소식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동안 저축해 둔 신뢰쿠폰을 사용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