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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플 Jul 09. 2024

신은 믿지만 종교는 믿지 않아요.



나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신이 인간을 위해 천국을 만들고 지옥을 만들어 벌을 주는 인격신은 아니다. 어쨌든 이 모든 처음을 시작한 존재를 알 길이 없어 ’ 신‘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다.

그래서 신(우주, 시작)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교는 믿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신은 만물을 창조하고 인간에게만 관대한 것 같다.  신은 인간만 사랑하는 것인가. 인격신이 인간을 위해 보내진 신이라면, 나무의 신과 개미의 신, 멸종한 동식물의 신들, 땅의 신은 오랜 시간 부재중 인가보다.  아니면 신에게도 권력의 순위가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분명 그 맨 앞선엔 인격신이 와 있을 것이다.

지구 안에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인간만이 그 꼭대기에 군림하며 자연의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 신들이 있다면 그저 방관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면 창조만 한 것이지 그것에 뜻을 두지 않았을 지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때론 신의 가호는 나의 일들만 장애물 피하듯 지나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 몇 달 동생의 힘든 임신기간, 출산, 조카의 수술로 걱정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나도 기도를 했다. 인간사의 신을 믿지 않지만 지금  듣고 있는 신, 조상님,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기도했다.

 여기서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방도가 없을 땐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의지하고 싶어 진다.


지금 동생도 건강을 회복했고, 조카도 힘든 수술 잘 견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나의 기도로, 우리 엄마의, 교인인 친구들의 기도로만 우리 조카가 건강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력 있는 의료진과 내 동생 내외의 보살핌. 주변의 응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카가 잘 버텨준 탓이다.

의사 파업이슈가 있었지만, 수술 날짜를 잡고 이벤트 없이 수술할 수 있었던 것, 상황들이 잘 맞았던 것,

힘들었지만 잘 버텨준 것, 이 사이 어딘가 신의 가호도.

모든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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