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는 언제나 거실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남편과 첫째 딸아이는 이 좋은 아이패드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나와 8살인 둘째만큼은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가끔 자리다툼을 하는데,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할 때 꼭 둘째가 앉아서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틈틈이 하다 보니 우리 둘 다 실력이 늘었다. 둘째도 프로그램을 꽤 잘 다뤄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툴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나에게 알려준다.
나도 아직 청춘이라지만 역시 호기심 많은 꼬마의 습득력을 따라갈 수 없나 보다.
며칠 전 딸아이가 테이블에서 패드에 열심히 끄적끄적 예술의 혼을 불태울 때였다.
“이제 저녁 해야겠다”
그때 딸이 “엄마 기다려봐!” 하며 다급하게 나를 불렀고, 내가 볼 수 있게 패드를 돌려 보여주며 말하지 않고 씩 웃었다.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된장찌게 먹고 싶어’라고 쓰여있는 그림이었다.
집에 없는 컬러풀한 예쁜 그릇에 두부와 팽이버섯까지 담긴 된장찌개였다.
“집에 팽이버섯이 없는데… 그냥 집에 있는 재료로 할까? “
“엄마 내가 사 올게!”
딸이 집 앞 마트에서 팽이버섯을 사 왔다.
팽이버섯도 넣고 두부도 넣고 호박 양파도 넣었다.
“그런데 지민아, 된장찌개에 달걀은 왜 넣었어?”
“엄마 먹으라고! “
”엄마 달걀 좋아해. 고마워^^“
이후로 둘째는 저녁 전에 테이블에 앉아서 열심히 먹고 싶은 걸 그려 놓는다. 말하지 않고 미소와 함께 그림을 보여주는 딸아이가 사랑스럽다.
오늘은 마라탕이다.
마라탕에도 달걀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