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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민 May 06. 2022

회원님 운동 왜 하세요?

저는 3대 운동 170을 하고 싶어요...

글이 뜸했다. 벌써 시험을 치고 3개월이나 지났다니 쉬고 노는 데에는 지겨움이 없는 듯하다.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피트니스를 다녔다. 일주일에 4일 이상은 꼬박 갔던 것 같다. 다니는 곳은 좀 오래된 관장 헬스장이다. 얼마나 오래되었냐면 헬스장 벽면에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성기 때 사진들이 붙어있고 운동기구들은 낡아서 가죽을 한번 바꾼 흔적이 있다. 근데 아무렴 어때, 운동하는 데에는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딱히 피티나 회원권 몇 달 패키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지 않아서 좋았다. 오히려 상주하시는 선생님 세 분이서 운동에 대해 물어보면 자세하게 방법과 자세상 보완할 점을 알려주셔서 당황하는 일도 없었다. 이래서 관장 헬스장이 좋다고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다가 이제 4월에는 취직 전 시간이 날 때 뭐든 배우는 것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피티를 받기로 결심했다. 선생님 한분이 내가 운동하는 것을 봐주다가 '회원님이 원하시는 목표가 뭔가요..? 프로그램을 봐서는 알기가 어렵네'라고 하셔서 이제는 정말 때가 되었군 싶기도 했고. 


(보통은 2 분할이라 생각하고 하루는 힙 쓰러스트, 백 스쾃, 레그 프레스, 레그 컬, 데드리프트. 다른 하루는 푸시업이나 체스트 프레스, 랫 풀 다운, 풀 업(물론 도움 필요), 오버헤드 프레스, 사이드 숄더 레이즈, 케이블 푸시 다운을 했었다)


처음에는 가동 범위와 약화 근육을 알아보기 위해서 전신 루틴을 돌았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장골 내측, 그러니까 기립근과 광배근이 엉덩이 쪽으로 붙는 인대 부근이 많이 뭉쳐있었고

2. 어깨가 말려있으며 -> 견갑골의 불안정성 증가 

3. 양다리의 근력 차이가 있다


위의 세 가지를 중점으로 교정하기로 했다.  

우리 몸의 뒤판을 지지하는 소위 '코어 근육' 들을 보자

결국 많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허리가 아프다'라는 그 통증은 정작 허리 부근이 아니라 엉덩이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음 관련한 이야기를 막 써내려 가다 오늘 할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지웠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따로 써봐야지. 


여하튼 그래서 내 문제점은 알았고, 선생님이 그다음에 물어본 것은 '피트니스는 왜 재밌어요?'였다.


여기선 좀 당황한 것 같다. 운동이... 왜 재밌냐니...? 그냥 재밌는걸요...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덧붙여주셨다.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 것 같던데, 그중에서 피트니스를 하는 이유가 뭐냐는 뜻이에요'라고. 그제야 질문의 뜻을 이해한 나는 '아 한 부위에 집중을 해서 자극이 오는 걸 느끼는 것이 좋다'라고 대답했다. 농구나 클라이밍은 순식간에 신체의 모든 부위가 사용되니 특정 부위를 강화하는 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다. 


이어서 '피티는 왜 받아요? 목표가 있을 거 아니에요' 하시길래 


난 자신 있게! 3대 운동 170이요! 를 외쳤다. 근데 선생님이 바로 엥? 하는 반응을 안보이셔서 좋았다. 마치 수학학원 처음 갔는데 목표가 뭐니? 했을 때 서울대용~ 했을 때의 학생을 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사실 난 그냥 단순하게 강해지고 싶다. 몸을... 만드는 것도 당연히 좋은데 그건 좀 부가적인 거고 몸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근력 운동하면서 10kg씩 증량할 때 내가 맞는 자세로 힘을 쓰고 있는지 의심이 되어서 과감하게 할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비슷한 무게에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선생님 지도 하에 안전하게 힘을 기르는 것이 P.T를 받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자세를 취해보니 가슴을 너무 내밀고 있는 것 같아 좀 민망했는데 이게 바른 자세라고 태연하게 말씀해주셨다. 인체는 진화가 덜 되었는데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바르게 가만히 있는 것도 어려운 몸이라니. 뭔가 잘못되었다. 사실 내 자세가 이렇게 된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사춘기 이후로 나는 가슴이! 너무 부끄러웠다. 남들이 쳐다보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불쾌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부각이 되지 않게 어깨를 움츠리고 다닌다. 아직까지도. 그러니 뭐 자연스럽게 어깨는 말리고 가슴과 등 근육은 약화되고... 거북목이 되고.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고해성사 마냥 털어놓았는데(물론 짧게) 선생님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음 그랬군요. 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이들, 왜! '장점'인데 드러내고 다녀! 라며, 마치 내 고충이 이상하다는 식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슴이 그저 운동할 때 방해가 되고 옷태를 망치는 원흉이며 상체의 무게중심을 엉망으로 만드는 신체적 특징이라는 것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싶다. '장점'이라면 사회적 여성성을 부각한다- 밖에 없을 때가 많다. 사실상 장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해야 하나. 


피티를 마치고, '혹시 자세를 고치기... 늦었을까요?' 했는데 선생님이 바로 '아니요?! 전혀 안 늦었죠! 가끔 등을 펴주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하고 대답해주셨다. 그것도 너무 희망찼다. 사실 난 어느 정도 정신적인 교정도 받고 있는 기분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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