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와 함께하는 테니스 이야기

존재의 이유

by 조원준 바람소리

이끼의 이유


이끼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한 자락의 시간은 자란다


물기도 없이,

햇빛도 없이,

이끼는 벽에서 천천히 기억을 뽑아 올린다


잊힌 자리에 먼저 도착한 녹색

누군가의 등을 떠밀 듯

그늘의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생


소리 없는 것들만이 남는다

금이 간 돌, 마른 물줄기,

묶인 계절의 흔적들이

침묵의 살 속에서 증식된다


이끼는 대답하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그 자리, 누가 버리고 간 틈이었을까

아무도 원하지 않은 공간에

이끼는 제 방식의 언어를 남긴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말하지 않고

단지

거기 있었다는 형태로만 머무는 것


무엇도 되지 않으려는 것이

결국 이끼가 되는 것이라면


이끼는 가장 조용한 양식으로

시간에 닿은 몸이다


[下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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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모카레몬 님의 글



존재의 이유


복식경기가 대부부인 동호인 테니스클럽에서는 테니스 실력이 일정 수준이 돼야 만이 회원들과 원만하게 관계를 형성하면서 활동할 수가 있다.


테니스 실력을 수준별로 가리자면 상, 중, 하 내지 고수와 하수 정도로 구분한다. 동호인들의 공식적인 등급은 전국대회 우승자, 입상자나 관내 금배 수준이면 통상 고수라 칭하고 그 아래 단계가 중급이며 입문 후 초보 단계를 하수라고 한다. 이렇게 수준별로 등급이 정해지기도 하거니와 게임을 할 때도 거의 비슷한 수준끼리 어울린다.


실제로 그래야 타이트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 편성하는 것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편이서 이런 풍조가 하수에게는 기량 향상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테니스 동호인 중에 실력이 좀 떨어지는 사람들은 클럽 내에서 크게 활동적이지 않고 말수도 없으며 스스로 뽐내지도 나서지도 않지만 실력 본위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가끔은 소외되는 모습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클럽 또한 운영될 수가 없다. 자기 자리에, 자기 방식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 코트를 관리한다거나 또 인원이 부족할 때는 조용히 참석하여 한 게임을 이끌어주는 사람들로서 클럽을 존속시키는 소중한 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