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동거(龍巳同居)
"생각이 시냇물인데
마음이 바다일 리가 없다."
옛 선사가 이르기를
'자연법이(自然法爾)라고 했다.
[中略]
"세상은 너무 가지려는 데서 싸움이 생긴다. 덜어 내려는 데서 싸움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나무가 겨울을 나자면 몸속의 수액을 다 내보내야 죽지 않는다. 그러다가 봄이 되어 싹을 틔우려면 잔뿌리까지 힘을 다해 다시 물을 빨아들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채우기만 하고 비우지 못하면 수액을 배출하지 못한 나무처럼 얼어 죽기 십상이다. 욕심을 비워내야 그 자리에 더 푸른 잎과 아름다운 꽃이 핀다.
자연은 또 이렇게 가르친다. 바위와 흙, 소나무와 참나무가 서로를 인정하고 어울려 살듯 함께 살아가라고 이를 불가에서는 용사동거(龍巳同居)라 한다.
용과 뱀이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지 용만 살거나 뱀만 살 수는 없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모여 살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싸우지 말고 화해하고 용서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백담사 오현스님
2020년에 출범한 365 ENJOY TENNIS 밴드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개설되었다.
첫째로 테니스 본래의 기능
(function/skill)을 최고로 중시하면서
둘째는 개개인의 기량향상과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셋째는 테니스를 통해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모임이다.
어느 클럽이나 모임이나 실력본위로 갈 수밖에 없는 동호인 테니스의 현실에서 365 밴드에서는 상급자의 실력을 존중하지만 실력이 전부가 될 수가 없음이요 하급자라고 해서 본인의 실력이 미천하여 소외됨은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모임은 세 번째 대목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상을 실현하는 모임이어야 한다.
인천 사랑병원 주사실 앞 벽면에 걸린 병원 홍보물이다.
365 밴드 모임도 그 병원이 추구하는 이념처럼 “모든 하수의 근심을 우리가 다 감당할 순 없지만, 누구라도 소외되어 서러운 마음만은 갖지 않게 하리라”
이런 취지로 첫출발을 한 밴드 모임도 어엿 6년을 넘어섰다. 돌이켜 보건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소망했지만 첫째만 중시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물며 밴드의 정체성까지 변질되어 개설 취지마저 무색해져 버린 오늘이다.
용사동거(龍巳同居)
현실에서 용과 뱀이 한자리에서 살 수가 있을까? 그것은 옛 현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라고 하는 이상향의 가르침일 뿐이다. 나 역시 밴드의 개설 주체로서 이상향을 추구해 왔지만 오늘에 이르고 보니 혼자만의 외침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해그늘체육공원의 테니스코트가 새롭게 잔디코트로 바뀌고 시스템도 예약제로 운영된다. 한 지붕 아래 성향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테니스를 즐기게 될 텐데 바람이 있다면 신(新), 구(舊)가 조화롭게, 그리고 상하수가 화목하게 함께 테니스를 즐기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