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르치는 사람들
내가 이곳 부천으로 이사하기 전인 6년 전에 나는 서울의 모 지역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장에서 10여 년이 넘도록 클럽 활동을 했었다.
코트 3면에 레슨을 해주시는 코치선생님 한 분, 클럽 회원 수는 50여 명이 넘지만 당시 어느 누구도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서 클럽 내 실력이 고만고만한 회원들끼리만 어울렸으며 바깥으로 나갈 기회라고는 1년에 두 번 구청장배나 연합대회가 전부였고 그것이 우리들에겐 가장 큰 시합이었다.
봄가을에 열리는 대외적인 경기에 출전하려면 대회 요강에 맞게 금배, 은배 조도 만들어서 출전해야 하는데 우리 클럽은 솔직히 금배 조 3복을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런 형편 속에서 내가 고수라고 추천을 받아 금배 조로 출전을 하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단지 내를 좀체 벗어나지 않는 동네 클럽 활동, 어느 명절에 처가에 들린 타지에서 오신 분이 라켓을 들고 코트에 나타나서 함께 어울리기 전까지는...
나는 다른 분들이 고수라고 하기에 내가 고수인 줄 알았는데 그분의 볼을 받아보면서 내가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또 코치 선생님 말고 일반 동호인이 테니스를 아주 잘 치는 것도 처음 봤다.
생각해 보니 아마 지금의 전국대회 우승자나 왕중왕전에 출전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분의 적수가 되지 못했으며 매 게임 역부족에 현격한 실력 차이로 말미암아 나를 통해 우리 클럽의 실력의 한계와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기를 하면서 부끄러움 속에 느끼는 바가 많았다. 실력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낯선 사람, 낯선 볼에 대한 부적응이 마음의 반응을 일으키고 자신감 결여로 인하여 마음가짐에서부터 지고 경기에 임하니 어떤 샷이 제대로 될까?
이방인과 게임에서 얻어지는 것은 '외부로 나가지 않고 여기에서만 머문다면 내 실력도 제자리걸음만 하게 되겠지'라는 깨달음이었다.
새천년이 도래하면서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더욱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테니스 환경도 달라졌으니 온라인을 통해서 거리가 좁혀진 듯 테니스 카페를 통해 여기저기 테니스 모임들이 생겨나고 방문의 기회가 잦아진다.
테니스 산책 서경지부 일산지역에 일요모임이 있다. 난 가끔씩 그 모임에 참석을 하는데 갈 때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또 그분들과 함께 파트너도 하고 상대로 맞서기도 하고 절정 고수분들의 불꽃 튀는 접전을 관전도 하면서 실력과 담력을 동시에 키우게 되니 모든 분들이 나의 스승님이 된다.
쟈칼님...
여유로운 백슬라이스, 정교한 로브샷, 스텝을 정지시켜 버리는 드롭샷,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의표를 찌르는 포핸드스트로크.
‘호오~! 중원에 한 고수 있음이야~’
류박사님...
회초리로 콩을 때리듯 부드러운 스윙 속에 날카롭고 파워풀한 샷과 나비가 꽃잎에 너풀~ 앉듯 바운드가 전혀 없는 드롭샷의 배합이 참으로 절묘하며 손목 스냅을 사용한 이지 스매시가 코트 구석을 찌른다.
‘햐아~ 어찌 저런, 천부적이지 않고서야...’
국밥님...
팽팽한 빨랫줄처럼 네트 위 2cm를 타고 넘어오는 날카로운 샷은 나의 손목과 오금을 저리게 한다.
‘흔치 않은 독특한 구질’
‘저런 볼에 담금질을 하면 어딜 가더라도 수비하는데 도움은 될 거야.’
수군님...
미처 폼도 잡기 전에 총알처럼 빠르게 내 옆구리를 관통해 버리는 포핸드스트로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어설픈 리턴 후 상대 역습에 대한 준비와 대처를 생각하게 한다.
여고수 광화문연가님...
네트 앞 발리와 끈질긴 수비에 막혀버린
나의 스트로크.
‘뭐지?’ 답답함과 뭔가 2% 부족에 대한 자책질.
꿀동이님...
엔드라인에 꽂히는 파워 슬라이스 샷에도 밀리지 않고 걷어 올려 네트 위로 날리는 것을 보며 ‘흐음... 하체의 안정된 자세에서 나오는 엄청난 손목 힘이군!’
하이에나님...
엔드라인 근처에 떨어지는 강력한 포핸드스트로크에 밀려 점점 짧아지는 나의 리턴 볼은 상대에게 찬스 볼이 되고 네트 앞까지 상대를 불러들이는 나의 포핸드스트로크 문제에 대한 깊은 한숨으로 이어지고...
서경지부장 스피드님...
게임 스코어 1-4로 뒤졌음에도 흐르는 볼 하나에 최선을 다한다. 결국 4-4 타이를 만들고, 전세를 뒤집는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멘털과 집중이야...’
테니스친구님...
위에서 아래로 결대로 누르며 간결한 스윙 끝에서 반 박자 빠르게 날아오는 볼을 밀리듯 받으면서 때로는 손쓸 겨를 없이 보내버린다.
‘흥! 나보다 몇 수 위~’
가끔씩 찾아주는 인천의 에넹님과 다같이님.
볼과 몸이 일체가 되어 날아오는 슈퍼울트라캡숑짱 포핸드스트로크나 파워 스핀 서브는 도저히 따라 할 수도 없고 그저 이미지트레이닝용으로 머리에 저장만 한다.
‘빠직~ 빠지직~!!!’
웃고즐기자님...
테니스실력도 고수, 마음도 고수 최상의 파트너십이 무엇인지를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교환만으로 알게 하는...
‘나이스 파트너~ 우쭐~!!!’
푼수님...
의상도 마인드도 오빤 아메리칸 스타일~!!!
코트에서의 매너, 테니스의 예절에 대한 가르침이 우리가 사랑하는 테니스를 더욱 멋스럽게 알게 된다.
내가 가끔씩 찾는 일산 모임에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폼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구질을 접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에서 어지간한 고수를 만나더라도 스타일 대입이 가능하고 예전보다 주눅이 덜 든다.
여러모로 나를 가르치는 곳 그리고 자주 참석하다 보면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곳, 2013년에도 테니스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일산 모임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하여 많은 배움과 터득이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