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효도
2008년 6월 오픈한 국내 최초 백화점식 중고자동차 매매단지 부천 디와이카랜드
‘중고’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
싼 가격(?)에 거래가 가능하다.
잘만 사면 합리적인 소비로 만족도가 높다.
신제품이 아니라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잘못하면 사기당해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반반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중고거래다. 중고거래 중 가장 큰 규모로 시장이 형성된 곳이 중고차 매매단지며 이 사건은 내가 근무하는 부천 디와이카랜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생긴 일이다.
작년 9월 어느 날 노신사 한 분이 저희 매매단지의 모 상사에서 1세대 제네시스를 2,500만 원에 구입했다. 2011년식에 주행거리가 20만 km가 넘었으니 차 가격은 천만 원 미만 대가 적정가격이다. 그런데 무려 1,500만 원을 더 주고 샀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차를 샀다고 흡족해하면서 타고 갔다고 한다.
1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만든 차량으로써 7천에서 1억 대의 고급 외제 차의 가격에 비해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대로 합리적으로 책정하였다. 또 그랜저보다는 에쿠스에 가까운 준대형차라서 중고차라도 풀 옵션에 외관이 좋고 내부 인테리어도 깨끗하면 차를 잘 모르는 고객들은 신차 가격 5,000만 원짜리를 반 가격에 샀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 좋은 차로 바꿨다고 흐뭇해하는 아버지를 본 두 아들은 차 상태와 잔존 가치를 파악한 후에 구입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서 아버지를 모시고 그 상사에 들려서 노인을 상대로 사기 친 것 아니냐며 고소하겠다고 하면서 크게 다퉜다고 한다. 상사는 1,500만 원을 돌려주고서 노신사의 중고차 구입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상사 사장과 두 아들 간에 다투는 과정에서 아버님은 두 아들에게 차 사러 가자고 할 때 같이 와주지는 못할망정 지금 어디서 큰소리냐고 그만하라고 호통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만해라! 차 가격이 2,500이든 3,000이든 나는 괜찮다.”
“저 사장님이 아버님 아버님 하면서 순댓국도 사주고 얼마나 싹싹하고 친절한지 너희들 보다 백배 낫다.”
상사 사장은 상술로 어르신을 모셨지만 그분은 사기당한 줄은 모르고 자식한테도 못 받은 관심과 효도를 남에게 받은 감동이 차의 가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눈 수술 후 바로 운동은 할 수 없어도 클럽 회원들을 만나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 후 요즘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과 날이 갈수록 고독한 노인들이 많아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가 그들의 외로움에 대해서 말을 하면서 어떤 분은 보이스 피싱이라도 좋으니 전화 한 통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
신년 한파가 제법 매섭다.
효도는 거창하지 않아도 평소 관심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안부전화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