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래전에는 초보였다
초보로 살아간다는 것
- 서툴러도 괜찮아요, 우리는 매일 처음을 살아가니까.
비 내리는 아침, 출근길.
여느 때처럼 혼잡한 도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신호를 기다리며 답답하게 멈춰 섰다. 그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차 한 대. 큼지막하게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시선을 붙잡는다. 연수 중인 듯 버벅대는 운전 솜씨에 차들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꽉 막힌 도로만큼이나 갑갑한 마음에 경적이라도 울리고 싶은 심정이다.
교차로를 앞두고 그 차가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자, 겨우 숨통이 트이려는 찰나, 이번엔 아까보다 더 크게 ‘초보운전’을 써 붙인 또 다른 차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핸들을 쥐는 게 처음인 듯 주춤거리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또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기분이다.
‘초보(初步)’란 말 그대로 ‘처음 내딛는 걸음’이다. 아기가 걷기 시작할 때처럼, 첫걸음에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오늘 아침 도로 위엔 생각보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싶다. 낯선 길 위로 자신을 내던진 그들, 사실은 모두 존경받아 마땅한 ‘초보’ 아닌가.
나 역시 운전대를 잡은 지 오래됐지만, 인생 운전자로서는 여전히 ‘초보’로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고, 오늘의 삶은 아직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다. 그러니 매일 아침, 조심스레 마음의 핸들을 잡고 하루를 몰아가는 나도 초보 운전자와 다르지 않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는 마음, 잘 몰라도 해보겠다는 태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가고 싶은 바람. 그 모든 마음을 품고 오늘도 나는 ‘인생 초보’로 살아간다.
초보로 살아간다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잘난 척하지 않고 묻고 배우며,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태도는 초보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우리는 종종 ‘잘하는 것’에만 가치를 두지만, 사실 ‘해보려는 것’이 더 귀하다. 초보의 걸음은 느릴지언정, 그 안엔 진심이 있다. 때로는 그 진심이 능숙함보다 더 깊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 기왕에 초보로 살아야 한다면, 근사한 초보가 되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도 용기를 내고, 낮은 자세로 배워 나가며, 실수에도 자책 대신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 느려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고, 아직은 서툴지만 배우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담대한 초보로 살아가고 싶다. 초보로 살아간다는 건, 늘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니 오늘도 초보인 나와, 초보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싶다.
“괜찮아요. 천천히 가도 돼요. 우리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겁니다.”
나도 오래전에는 초보였다.
내가 테니스 라켓을 잡은 지 37년, 일제 치하 시절을 넘는 세월이었으니 적잖은 시간을 테니스 코트에서 보냈다. 체력이 노쇠해진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젊고, 혈기왕성했던 초보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나는 테니스 입문 후 그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레슨을 받으면서도 옆 코트에서 즐겁게 또는 진지하게 게임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서 빨리 저렇게~' 하면서 7월의 뙤약볕에 남보다 일찍 나와서 코트를 두 면을 정리한 후 이마에 흐르는 비지땀을 훔치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서브를 연습하면서 고수의 꿈을 키워나갔다.
해가 비스듬히 누운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나타나는 상급자들. 그들 중 한 분은 내가 코트 정리 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왕초보인 나를 꼭 챙겨서 한 게임해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네 사람 실력이 비슷하지 않으면 같이 어울릴 수 없는 복식경기 특성상 다른 고수 분의 게임 사절로 민망해야만 했던 초보시절이었다. 오히려 그 당시에 느꼈고, 받았던 설움이 기량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든지 막 시작하면 초보라고 한다. 주어진 일이나 기술 습득이 처음 시작하는 단계나 수준이므로 서투를 수밖에 없다. 초보 딱지를 떼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스포츠는 남다른 감각이나 운동 신경처럼 천부적인 자질과 노력여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초보를 벗어났던 시기는 남보다 빨랐다. 그 이유는 초보 때 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로 삼았던 사람들은 하수의 설움을 겪게 했고, 내가 목표를 달성하게끔 자극을 주거나 동기부여를 했던 자들이다.
노력하는 이유는 담대한 마음으로 테니스의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그런 행위(수준끼리 맞춰서 게임 판을 짜고 하수를 왕따 시키는 짓)를 일삼는 자들보다 더 잘 치기 위해서였고 노력한 만큼 성장을 했다. 독(毒)을 잘 다스려서 좋은 약(藥)으로 승화시킨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테니스 입문 후 초보라고 생각하는 분들, 그 과정을 겪고 있는 분들은 아래의 글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초보 탈출을 위해 쉼 없는 노력을 하라고 당부드린다.
"담대한 초보로 살아가고 싶다. 초보로 살아간다는 건, 늘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니까."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