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와 함께 하는 테니스 이야기...

볼(球)의 근원 강림하사

by 조원준 바람소리

글의 주소

인용은 타인의 글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글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다 Quoting is a silent bow



이해인 수녀님의 첫 시집 <민들레 영토>를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수녀님의 책들을 탐하던 그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이 그 시집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 깊숙이 와닿았죠. 그 문장들을 나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진동했습니다. 노트 한 권을 사서, 마음에 들어온 시들을 빠짐없이 옮겨 적던 기억이 납니다. 말과 글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지요.

지금도 영어 성경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기도 합니다. 왜 이 단어를 선택했는지, 그 단어의 어원과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요. 그 글에 가장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방식입니다. 단순한 베껴쓰기가 아니라, 그 마음을 내 안에 옮겨 심는 일이죠.


필사는 '나의 문장'을 쓰기 위한 디딤돌이지, '남의 문장'을 내 것처럼 말하기 위한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의 문장이 나의 언어로 오롯이 새겨지기 위해서는 '나의 말이나 글'로 다시 태어나야 함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학교에 발령받기 전, 아주 작은 출판사에서 잡다한 일들을 어깨너머로 배운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엔 저작권 개념이 있었지만, 인용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거나 관행에 의존했습니다. 특히, 외국 문학 작품에서 출처 없는 인용이나 무단 수록이 빈번했었고, 원문출처 확인도 어려웠지요.


이따금 다양한 플랫폼에서 너무 많은 문장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른 채, 둥둥 떠다니는 것을 봅니다. 감동은 있지만 인용은 없고, 출처도 흐릿한 글들을 종종 발견합니다. 아마도 의도치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 작은 무심함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겠다 싶습니다.

출처와 인용은 단순히 괄호 안에 넣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저자의 문장 앞에서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란 작은 표식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문장이 내 안에 들어와 오래 머물렀다면, 우리는 그 자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감동을 주었던 글에는 주소가 있고, 그 주소에는 사람이 사는 것과 같지요.

좋은 문장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태도로 글을 쓰는 일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 마음처럼 다가온 문장이지만, 그것이 나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이 문장이 진정 나의 것인지 말이죠.


글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저작권이라는 단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감각을 품어야겠습니다. 그것은 법의 언어를 넘어 마음의 언어이기 때문이죠.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은 결국, 좋은 마음으로 살아낸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상 속에 '저작권'이란 말이 멀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이는 가장 조심스러운 예의이자, 창작자끼리 나누는 오래된 신뢰의 징표입니다.

저작권은 차가운 규정이 아니라

따뜻한 존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브런치 작가 모카레몬 님의 글



볼(球)의 근원 강림하사


모방은 제2의 창작이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게 한다.



미국에 헤비급 복서 중에 ‘래리 홈즈’가 있다. 그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스파링 파트너로서 수많은 시간을 알리와 함께 하면서 그의 스타일을 완전히 습득하여 알리 못지않은 선수가 되었다.


당시 헤비급에서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는 것은 알리 전유물이었지만 열심히 따라 하여 제2의 알리가 되었고 나중에는 알리를 꺾는 유일한 복서로 알리가 은퇴한 후 알리의 모습을 그대로 연상케 하여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가 없는 무하마드 알리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성실한 연습벌레인 래리 홈즈가 레전드는 될 수가 없었지만 알리라는 뿌리에 바탕을 두고서 모방으로 성공시킨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그는 알리만큼의 활약을 하면서 복싱 양대 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된 선수가 되었다.




원문에 “필사는 '나의 문장'을 쓰기 위한 디딤돌이지,”라는 구절이 있다. 작가가 좋은 단어와 문장을 필사하는 것은 단순한 베껴쓰기가 아니라, 그 마음을 내 안에 옮겨 심는 일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라켓을 잡은 지가 37년 차가 된 나 역시 지금도 기량 향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한 연습 스윙이다. 맹목적인 휘두름보다는 제대로 된 샷을 완성시키기 위해 프로들의 스트로크 이미지를 디딤돌로 삼아 테이크 백에서 근육으로 주입시키는 숭고한 작업이기도 하다.


테니스의 교본이라고 하는 페더러, 그리고 조코비치나 나달의 스트로크는 모든 테니스 인들이 각자 스타일에 맞게 따라 배우고 싶은 자세였다. 요즘 세대교체의 주자로 황금 라이벌로 자리를 구축한 시너, 알카라즈 폼은 테린이들이 모델 삼아서 많이 따라서 배운다.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무조건 따라 한다고 하여 그들의 폼이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윙 연습은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다.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은 초보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들의 폼을 막연히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자세를 완전히 습득한 후 내 스타일에 맞게 볼(球)의 근원을 찾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