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와 함께 하는 테니스 이야기

조절이 필요한 시기

by 조원준 바람소리

불을 줄여야 하는 시간,



쌀알이 푹 퍼져 뜸이 들 수 있도록 불을 줄여야 하는 시간이 온다. 바깥으로 들끓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안으로 잦아들도록 마음의 심지를 낮춰야 하는 시간. 40대에도, 50대에도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면 밥은 타버리고 말 것이다. (김효원,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중)



지금, 내 심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한다.


아마 절반도 남지 않았을 마음의 심지를 뜨거운 청춘이라 오해하고 있지 않은지. 지나치게 심지를 올리려 욕심부리다 하얀 뿌리가 드러나지 않았는지. 석유풍로를 사용해 본 사람이면 안다. 뿌리 끝까지 심지를 올리면 그을음만 난다는 것을. 관계 속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고, 그을음처럼 속이 타는 일이 생긴다면 자신을 돌아보자.


겸손을 망각하고 공연히 자존심을 높이지 않았는지. 나의 부끄러움을 찾기보다 자랑거리를 먼저 찾지 않았는지. 나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드러내게 하지 않았는지. 어쩌면 지금은 불이 꺼지지 않을 만큼 심지를 내리고, 인생의 뜸을 들여야 할 나이. 그동안 열을 가했던 삶들이 차분히 하나의 요리로 완성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하는 시기. 좋은 요리는 가열보다 뜸과 숙성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우리 이제 고요하게 살자.


자존심의 심지를 낮추고 뜸이 들기를 기다리듯 고요한 시간을 살자. 이유 없이 억양을 높이는 풋내기 연인들의 대화가 거슬리지 않고, 올망졸망 남매 손잡고 나들이 나온 4인 가족의 모습이 정겹다면, 이미 고요한 시간 속에 있다는 뜻이다.


이웃집에서 들리는 부부싸움 소리조차 소음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익숙함 때문이고, 우리의 시간들이 이제 많은 일에 익숙하단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익숙해질 무엇이 없을 때, 고요한 것이다.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고요한 시간을 살기로 하자.


나는 뜨겁기는 같지만 '불'보다 '열'을 더 좋아한다. 화려한 불꽃이 없어도 은근하게 뜨거워서 정겹다.


-브런치 작가 마음씀 님의 글



조절이 필요한 시기


‘25. 상하이 ATP 마스터즈 대회에서 최고령 단식 4강 진출 기록을 경신한 노박 조코비치(38세 5개월)는 26세의 무명 선수 모나코의 발렌틴 바체로(랭킹 204위)와 준결승전에서 만나 2-0(6-3, 6-4)으로 패했다.


조코비치는 메디컬 타임까지 써가면서 분투했지만 파워와 스피드에서 초속 1~2km의 미세한 차이로 우세한 바체로의 스트로크가 조코비치의 발을 묶어버렸다. 볼 스피드에서 조금씩 밀려 포인트를 내주는 조코비치의 노화가 눈에 띄어서 보는 내내 은퇴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의 체력은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한다.


오십 대 중반 때쯤이었을까? 볼의 파워가 조금씩 떨어져 지더니 게임 중에 스트로크가 강한 상대를 만나면 네트를 넘어가는 볼의 비거리(driving distance)도 점점 짧아져서 상대의 공세에 몰리게 된다. 처음에는 어깨와 허리의 부상 때문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신체의 노화로 인해 힘이 부쳐서 진행되는 현상이었다.

지금도 테니스장에 나가면 항상 의욕이 앞선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도 어떤 상대는 이미 실력 차이가 생겨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려고 강하게 서브를 넣거나 사이드로 깊게 빠지는 볼을 무리하게 좇아가서 받으려고 몸의 중심을 잃을 때도 있다. 나의 신체는 이미 예전의 상태가 아니거늘 에너지를 한계치 이상 끌어올린다 한들 젊었던 시절의 모습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장강의 앞 물결은 뒷물결에 밀려 저만치 가버렸으니 말이다.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클럽에서는 게임 수와 실력의 눈높이에 맞춰서 즐겁게 운동하고, 대회에 나가 본선 진출이라도 할라 치면 여러 게임에 대비하여 체력을 안배하고, 어디서든 또 어떤 내용의 게임이든지 간에 나만의 리듬과 템포에 맞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제는 화려한 불꽃보다 식지 않은 열정을 유지해야 할 나이. 열정만 식지 않은다면 노화의 두려움보다는 즐기는 테니스 인생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