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와 함께 하는 테니스 이야기

염원

by 조원준 바람소리

행렬을 따라 걸을 때

<시적 사물: 길>


빛나는 독창성보다

분별하여 담을 수 있는

넓음을 먼저 주옵소서


개미는 한 알의 겨를 옮길 뿐이나

서로가 남긴 행렬을 따라

세계를 완성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소서


다르다는 이유로

스스로 높이거나 낮추지 않게 하시고

시장과 골목과 광장에서

멈추어 듣는 귀를 열어 주소서


저 높은 산의 위엄 보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마른 눈빛을 먼저 보게 하소서


진정 큰 것이란

번쩍이는 빛이 아니라

수많은 강을 품는 바다라는 것을

고요한 깊이로 새기게 하소서


작은 잔이어서

넘치기 전, 머무르는 겸손과

흘러온 것을 흘려보낼

비움의 마음을 주소서


배우고도 모른다 고백할

용기를 주시고

받아들이며 낮아질

부드러운 겸손을 주소서


저를 키우는 손길을

헤아리려 하지 않게 하시고

감히

누군가의 소망이 되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쓰임을 구하지 않고

쓰임을 받는 자리에 있거든

말하기보다 감사하며

행위로 실천하게 하소서


-브런치 작가 모카레몬 님의 글



염원


사정을 헤아리지 않은 무분별한 샷보다

상황을 고려해서 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한 번의 샷에 만족한 결과를 원하나

테니스 복식경기는 파트너와 함께

호흡을 맞춰가야 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


실력이 차이 난다 하여

스스로 높이거나 낮추지 않게 하시고

게임 중에는 어떤 조언도 삼가시고

파이팅과 격려만 남게 하소서


정상에 우뚝 선 위엄과 자랑보다

테니스 한 길을 걸어온 자들의

수고를 위로해 주소서


진정 큰 것은

우승자의 빛나는 타이틀이 아니라

하수들이 겪고 있는 설움을

내공의 깊이로 품게 하여 주소서


실력이 미천한 하수라도

교만보다 겸손을 배우게 하고

과욕보다는 비움의 지혜를 주소서


모든 실수를 내 탓으로 돌리는

용기를 주시고

상대의 억지와 시비에 맞서지 않게

아량을 베풀 수 있도록 해주소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여

감히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쓰임을 받는 자리에 있거든

남을 가르침에 있어

진심을 다하여

행위로 실천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