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에 테니스를 담다

가치부전

by 조원준 바람소리
가치부전(假痴不癲) - <삼십육계>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마라!”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중에 가장 힘든 것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바보인 척 살아가는 일입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이런 처세의 원칙을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합니다. ‘바보(糊塗)인 척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는 뜻입니다.


가치부전(假痴不癲)이란 병법도 이와 유사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가(假)는 ‘가장하다’라는 뜻이고, 치(痴)는 어리석을 치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처럼 가장하라!


아니 부(不)에 미칠 전(癲), 그러나 진짜 미친 것은 아니다! 가치부전(假痴不癲), 전략상 상대방에게 나를 어리석게 보이게는 하되, 정말 바보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三國志>의 조조가 유비를 불러 그의 능력을 시험하려 하였을 때, 유비는 이 가치부전(假痴不癲)의 전략을 사용하여 조조의 의심을 풀게 합니다.


천둥이 쳤을 때 일부러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두려워 떠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조조에게 상대가 안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게 하여 전략적으로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던 것도 이 가치부전(假痴不癲)의 전략이었습니다.


<孫子兵法>에도 자신의 모습과 의도를 상대방에게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상대방의 의도와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게 하고, 나의 의도와 모습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병법에서 말하는 시형법(示形法)입니다.


시형법이란 상대방에게 내 모습을 자유자재로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나를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바보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 똑똑한 사람은 상대방이 볼 때 어리석은 사람 같다.’ 노자에서 강조하는 철학입니다.


가치부전(假痴不癲),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되 진짜 미친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전략이지만 때로는 내 광채를 숨기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인생의 고도 전략 중에 하나입니다.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쉽게 밖으로 내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여 상대방을 안심시켜 훗날을 도모하는 전략, 가치부전(假痴不癲)의 병법은 똑똑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시대에 역발상의 철학입니다.


“똑똑한 척하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쉽습니다.”



00시 00구 연합회장배 춘계 테니스대회 예선 리그전에서 만난 두 팀이 몸풀기 랠리를 합니다.


한 팀은...

건장한 체격의 젊은 분이 본인 전력의 120% 이상을 발휘하려고 네트를 향해 기선제압용 강력한 스트로크를 날립니다.


다른 한 팀은...

60이 넘으신 노장 두 분이서 어설픈 동작으로 필요한 근육, 힘만 쓰면서 툭툭~ 볼을 다루십니다.


팡팡팡------------!!!

팡~ 파앙~~~


본 게임에서 파트너십도 좋으신 두 어르신...

서브 툭~ 넣으시고 전진 발리를 하여 네트를 선점하고, 이에 맞선 상대 팀의 리턴 볼은 초지일관 강타로 네트를 향해 날아가지만 더 이상 볼을 줄 곳이 없다.


‘어라~ 이건 뭐지?...’

연습 땐 허점투성이 같더니만 뚫기 힘든 철벽 수비에다가 예기치 않은 로브 역습에 갈수록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젊은 팀들.


전력을 다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백전노장들의 허허실실에 맥없이 무너지는구나.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