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십가
노마십가(駑馬十駕) – 둔한 말이 열흘 동안 수레를 끌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무릇 천리마(千里馬)는 하루에 천 리를 거뜬히 달리지만, 비루먹은 말일지라도 열흘 동안 달려간다면 역시 이에 미칠 수 있다(부기일일이천리 노마십가즉역급지의/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則亦及之矣) 배움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의지와 실천이라고 순자는 강조했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이 말하는 대로 속도는 느릴지라도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알찬 면이 있다. 날랜 말이 빨리 달려 하루에 닿은 길을 둔한 말은(駑馬) 뚜벅뚜벅 수레를 끌고 열흘을 소요하며(十駕) 이른다.
아무리 둔하고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앞선 사람을 따라잡고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테니스 입문 후 십여 년이 훨씬 넘도록 매일 레슨을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레슨은 계속되고 눈, 비가 와도 꾸준히 이어진다.
몇 해 전, 전국대회 우승을 하기 전에는 하루에 세 곳을 다니면서 레슨을 받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분이 우승하면 자기 손에 장을 지진다는 분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는데 우승을 해버렸으니 이를 어쩌나.
사람마다 그런 소리를 했던 것은 그분의 운동신경은 폼이나 순발력, 감각 등에서 거의 없었기에 모두가 말하기를 우승은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우승을 하여 "저 사람도 하는데..." 하면서 우승을 갈망하는 어느 누구에게나 노력만 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꿈과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동호인 테니스의 정상은 끝이 없다.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하기까지는 금전 투자는 물론 경기에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실력이 갖춰져 지면 꾸준히 대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값진 결실을 맺게 된다.
그러나 산 너머 산이라더니 비우승자 시절에는 우승만 하면 만사형통인 줄 알았으나 뒤이어 우승자들끼리 겨루는 대회가 다시 이어져 여기에서도 그들만의 리그에 어울릴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다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첫 우승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고, 그래서 그런지 천신마고 끝에 우승했던 그분의 레슨은 우승 후 8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우스꽝스러운 폼으로 하는 노력이 더 절절해 보인다.
여기에서 그분은 비록 천리마(千里馬)는 아니고 비루먹은 노마(駑馬)에 불과하지만 일관된 의지와 실천으로 오늘도 레슨을 받고 있으며 8년 전보다는 일부, 지극히 미미하나 개선된 폼으로 백핸드 발리 샷을 날리고 있다.
태생이 노마(駑馬)와도 같은데 그 노력마저 없었더라면 퇴보하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테니스 코리아 2023년 6월 호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