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와 함께하는 삶의 이야기

겉모습만 보고

by 조원준 바람소리


안 보련다


<대회 전>

상대의 겉모습으로 실력 판단 안 하련다.


경기 전 상대와 몸을 푼다.

자세가 엉성하다. 초보인가? 공이 어떻게 넘어오는지가 신기할 따름이다.

'나보단 실력이 한 수 아래구먼'

나도 모르게 거만한 생각이 떠오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이 놓아지더라.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시작한다.

이상하다. 혼자 헤맨다.

'아니야 어쩌다 넘어온 걸 꺼야...'

리드할 줄 알았는데 네트까지 행운으로 따라주니 갑자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혼자 거만에 무릎을 꿇고 지고 나왔다.


누가 봐도 내가 이길 것 같았는데 억울하더라.

자세도 내가 더 멋진데 말이다.

사람들도 "도대체 왜 졌어?" 질문하니 아픈 곳에 레몬즙이 떨어진다. 쓰라리다.

당하고 또 당하고 깨달았다.

그분들의 자세도 나름 내공이 있더라.

경기 전 겉모습으로 실력을 미리 짐작하지 않으련다.


자세가 아무리 특이해도 마음을 놓지 말고 상대의 플레이에 집중한다.

집중하다 보니 자세가 이상한 사람은 약점이 있더라.

구력으로 똘똘 뭉쳐진 그분의 실력 속에 약점을 5점 안에 찾아내 본다.

운동은 자세가 실력이라 생각하지만 영 이상해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의 경험으로 믿는 구석이 있다. 거기까지더라.

자세의 한계가 오면 실력이 더 이상 늘지 않더라.

자세가 탄탄하면 한계가 없다.

빈 컵에 들어있는 공기처럼 한 없이 높이 높이 갈 수 있더라.


그래서 운동 시작에 자세를 잘 배워 두라는 변하지 않는 조언을 잘 새겨들어야 하는 것이더라.


탈춤 추신다. 안동에서 하회탈 구경한 기억이 떠오른다. 상대 얼굴에 탈을 씌우고 팔에 긴 천을 붙인다. 펄럭펄럭. 집중이 흐트러진다.


발끝을 뾰족하게 포인 하며 공중으로 점프 뛰신다. 발레 드롭. 안경 쓰고 통통한 백조 한 마리가 사뿐히 착지한다.


차분한 티 타임. 공이 녹차 향처럼 은은하게 넘어온다. 갑자기 버럭 다도 상을 뒤업으신다.

기복이 심한 스킬에 놀랜다.


아...

안 보련다...

판단 안 하련다!!!


-브런치 작가 샤인진 님의 글



겉모습만 보고


매주 휴일 아침은 동네 뒷산 둘레길 코스를 돌면서 한 시간 정도 가벼운 산행을 한다. 산자락은 구비 구비 병풍처럼 펼쳐져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을 달리하면서 나에게 새로운 감흥을 준다.


새로운 감흥이란 계절 변화가 단순히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맛도 있지만 말없이 인생을 더 가르쳐주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알게 됨이랄까? 나이가 들어감에 자연의 섭리 속에서 깨닫는 삶의 지혜가 새삼 더 생기니 말이다.


길 따라 오르면서 여기저기에 핀 꽃들을 바라보니 경이로움에 감탄이 저절로 터진다. 꽃들이 만발한 자리는 지난겨울에 말라비틀어져서 영락없이 죽은 줄만 알았다. 계절이 바뀌니 가지마다 생기가 돌고 가지 끝에 떠받치듯이 얼굴 내민 노란 꽃들이 하늘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하산길에 약수터에 이르자 뿌리가 위태롭게 드러나 이미 죽어 썩은 줄만 알았던 거무튀튀한 개복숭아 나뭇가지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붉은 꽃들을 보니 새삼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따스한 봄이 오기까지는 겉보기에 볼품없는 검불이었고, 너무도 꾀죄죄하여 죽은 나무로 생각하였는데 저리도 아름다운 꽃을 품고 있을 줄이야.



색 바랜 티셔츠에 검정바지 주머니가 해져 실밥이 보이고, 양 굽이 닳은 구두를 신은 노인 분이 동네 슈퍼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나오자 검정 세단에서 운전기사가 내려 굽실거리며 차 뒷문을 열고서 정중하게 모신다. ‘누굴까?’


못생긴 물고기 삼식이로 탕을 끓여 놓으니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뭐든지 겉모습만 보고는 모를 일. 섣부른 평가는 금물이지. 겉만 보고 속단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