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에서 말없이 고개를 떨구며 초췌해진 모습의 직원들은 한 사람씩 호명하면 불려 다니면서 죽을상을 짓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뭔 죄를 지었기에 이 꼴을 당해야 하는가?...'
오후 5시쯤 되었을까?...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모 방송국에서 밤 9시 메인 뉴스에 방송할 취재를 왔다며 수사대 직원들이 우리 회사 관리부 직원들 웃통을 벗겨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건 뭐야?... 관리부 직원들 등에, 팔뚝에, 가슴팍에, 웬 문신들이... 각 종 조류와 사나운 동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깍두기 머리에, 비곗살에, 문신까지 새겨져 있으니 조폭의 기본기는 갖춘 셈...
원래 관리부서는 공채보다는 인맥으로 모집을 하기에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상가 관리의 특수성 때문에 가끔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서 어쩌면 오래전부터 필요악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 기정사실...
상가 주변에 노숙자들, 취객들, 상가 내 무질서한 사람들을 통제하는 차원에서 물리적인 행사도 필요한 곳이라서 영업이 잘되면 우리 직원들이고 어려우면 조폭으로 취급당하는 그런 곳이 여기 동, 남대문시장의 복합 쇼핑몰인 것입니다.
나중 뉴스에서 책상 위에 증거물로 수집된 서류 뭉치, 야구방망이, 골프채, 얇게 펴진 만 원 권 지폐와 조폭으로 몰려서 우르르 고개를 처박은 모습에 문신만 클로즈 업 되어 비쳤을 때 저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저런 쳐 죽일 놈들~~~!!!" 했으리라... 나도 예전에 저런 모습을 보면서 분개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연출된 거라니... 조직폭력단 검거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니!...
PD 놈이 카메라 앵글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해서 "NG~~!!!!" 사인을 보냅니다.
"자아~ 다시 시작합시다~~~!!!"
'참... 이럴 수가... 숫제 드라마를 촬영하는구나...'
기동수사대에서 방송국에 엉성하기 짝이 없는 물증으로 조작된 취재 꺼릴 제공 하다니?... 뉴스 소재를 찾으려고 혈안이 된 놈들에게 이 얼마나 좋은 먹거린지...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면야 흥미위주의, 보다 더 자극적인 일을 서슴없이 연출하는 것을 보니 사체를 파헤치는 하이에나보다 더 더러운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갇힌 생활 이틀 째... 그날 밤은 이동이 있었는데 수사대에서의 조사가 끝나고 모든 서류가 검찰로 이송되어 당직 검사가 서류 검토를 하는 동안 동대문 경찰서 유치장으로의 이동, 발가벗겨진 채 몸수색이 끝나자 소지품을 보관시킨 후에 그나마 직원들과도 뿔뿔이 헤어진 채 여러 방으로 옮겨졌습니다.
여기에서 또 다른 낯선 사람들과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니... 또 내일의 일이 어찌 될 건가?... 그냥 시간 흘러 몸으로 때우면 될 일인가?... 참으로 답답한 시간들이 소등도 안 된 채 흘러갑니다.
유치장 안의 난동?...
웬 여자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야 xx 놈들아~~!! 나 묵고 싶으면 묵어~~!!"
'참... 별 사람들 다 있구나... 뭘 줄 건데 저렇게 먹으라고 그런 지?...' 와중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는 실소가 흐릅니다. ㅎㅎ
시끄러움을 뒤로하고 새우등처럼 오므려 뒤척거린 시간이 새벽 3시경... 유치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사람들을 호명합니다. ooo 석방!, xxx 석방!, 석방! 석방!,,, 제 이름도 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된 얼토당토않은 기쁨에 얼굴도 잘 모르는 어느 당직 검사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소신 있는 검사님... 진술서 꼼꼼히 훑어봐주어 고맙습니다...'
10월 2일의 새벽에 동료 직원 몇 사람과 유치장에서 나오는 길...
"모두 수고했어~~"
"고생 많으셨죠?... 본부장님~!"
유치장 들어올 때 소지품 검사 시... 땡전 한 푼 없는 걸 알았는지...
직원 한 사람이 손에 3만 원을 쥐어줍니다.
"이거로 택시 타고 가세요..."
"으~응... 그래 고맙네에~ 고마워..."
무혐의로 먼저 풀려나온 일부 직원들과 모레쯤 회사에서 보자며 새벽어둠 속으로 보낸 후 발길을 돌렸습니다. 터벅터벅 걸으며... 서울의 하늘은 오염되었다 하나 그날만큼 새벽 공기 흠씬 들여 마셨습니다. 오염될 걱정보다 자유의 맛이 훨씬 컸으므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