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초인종 소리에 잠 깬 아내는 직감적으로 난 줄 알았습니다. 문 열고 바라보는 무표정의 아내 모습... 금 새 한 방울 주르르 흐를 듯 말없이 통하는 눈빛 언어를 느끼며 등을 토닥였습니다.
"나 왔어..."
참으로 포근한 잠자리였건만 마음이 편치 않아서 뜬 눈으로 지새우며 아직 억울하게 잡혀있는 직원들을 위하여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수사대에서 조사 시 억울한 부분을 상기시키며 그에 따른 반박 자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하루를 쉬고 출근하고 보니 시공/시행사였던 대기업 쌍용건설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라며 비공식적으로 거금을 지원해 주더군요 그때부터 조사받을 때 아닌 것에 대한, 억울한 부분의 조목조목을 상기하여 법적투쟁에 도움이 될 자료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변호사님을 접견하고 보니 그분까지도 저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냐면 피해자 진술조서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거로 나와 있기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들더군요...
사연 많은 돈들이 상가로 몰렸는데 명퇴 때, 곗돈 깨고, 친인척한테 빌려, 하다못해 살던 집 전세보증금까지 빼서 투자한 돈이었으니 상인들은 피해자 회사 측은 가해자로 양분된 시각으로 볼 수밖에요...
나도 피해자인데 상인들은 모여 모여서 큰 액수라지만 나도 모아놓은 전 재산 십 수억을 투자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한 내게 따라붙는 꼬리표가 조폭이었으니... '이 분도 나를 조폭 부두목으로 보는 거 아냐?...'
변호사님도 변론 자료를 만들기엔 생소한 사건이었나 봅니다. 집단 상가의 특수성이 일반적인 범죄 사건과는 많이 다르니 오히려 제게 묻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제가 아직 남은 우리 직원들을 위하여 열심히 반박 자료를 올렸죠. 한 장, 두 장,,, 두텁게 쌓이는 자료들을 보며 변호사님이 제게 그러더군요...
"참~ 수고가 많으시네요... 그리고... 자료를 면면히 훑으니 이제 제대로 알겠더군요" "의도적으로 꾸민 기획 수사라는 게... 수사대에서도 죄목 설정을 잘못했네요~"
"경제사범이면 몰라도 조직폭력은 좀?..."
"본인들이 결정하여 입주한 상가에... 양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 해도 어려운 판에..."
"사람들이 말이지 잘되면 지 탓이고 망가지면 조상 탓이라더니..."
'늦게나마 알아주니 고맙네요...'
대형쇼핑몰이 영업 부진으로 무너지니 그 여파가 컸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된 각 거래처들,,, 내부 인테리어업체, 홍보 관련 각 기획사들의 미결제 금액들과 40여 명이 넘는 내부 직원들의 밀린 급여에, 기타 해결 안 된 소소한 비용까지 합치니 30억이 넘는 빚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상가를 분양받았든, 임대로 세를 얻었든 소액의 투자자들 개개인으로 따지면 몇 백, 수천만 원등,,, 1억 미만대의 금액이지만 개미군단으로 모아지니 수십억의 피해 금액이 됩니다. 상권만 활성화가 제대로 되었더라면 피해 금액으로 추정된 액수가 어쩌면 개발 이익으로 남아 富를 창출했을 텐데... 지옥과 천당은 꼭 하늘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헛짚었던 수사...
무슨 대형사건 하나 해결한 거처럼 요란 떨더니만 검사는 수사지휘 잘못했다며 문책을 당했고 기동수사대의 반장은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이 판국에 그딴 게 뭐 통쾌하고 위로가 되겠습니까... 저를 서럽게 했던 것은 내가 열심히 일한 건 알아주지도 않은 채, 상가를 살리기 위한 자구노력도 없이 집단민원으로 문제를 확산, 조폭으로 몰고 간 형편없는 초보 상인들도 아니며 상인들의 제보를 대단한 한 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획수사 했던 기동수사대도 이해가 갑니다 무지가 죄는 아니므로...
그러나 사실 확인과 공정보도보다는 흥미 거리나 은밀하게 여체를 즐기듯 세상의 일면을 선과 악 단순 논리로만 전개하여 밤 9시 메인 뉴스에 내 보낸 방송 3사와 공중파 진입을 위해 시청률 올리기에 혈안이 되었던 인천의 모 방송국의 작태가 너무 한심했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돼도 '아니면 됐고'로 아무 일 없던 거처럼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는 거였습니다. 제가 이 일을 서럽게 여기든, 목에 피 터질 듯 왈왈 대도 그러든 지 말든 지 제 의지완 무관하게 돌아가는 세상이었단 얘기죠...
이 일을 겪은 후... 좀 더 성숙된 모습의 저는 악몽 같았던 2박 3일이 십여 년의 세월을 더 산 거처럼 여겨졌고,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면서 예민한 제 성격에 분명 멘붕이 왔을 텐데 방황할 새 없이 이렇게 온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건 오로지 테니스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