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닮은 테니스

전(前)과 후(後)

by 조원준 바람소리


#1. 도루묵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선조 임금이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다. 그 생선을 맛있게 먹은 선조가 고기의 이름을 물어보니 ‘묵’이라 했다.

맛에 비해 고기의 이름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선조는 그 자리에서 ‘묵’의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다. 나중에 왜란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니 전에 먹던 맛이 아니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처럼 허기가 졌을 때 먹던 음식 맛과 모든 것이 풍족할 때 먹는 음식 맛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맛에 실망한 선조가 “도로 묵이라 불러라” 하고 명해서 그 생선의 이름은 다시 ‘묵’이 되었다.


-빌린 글-




#2. 바나나

재래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사철 나오면서 제일 대중적이고 가격도 만만한 과일이 바나나다. 지금은 송이로 팔지만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희귀했던 시절, 아마도 1970년 후반에는 낱개로 팔았고 가격도 하나에 천 원이었으니 제가 살던 시골에서 바나나를 먹으려면 작심(?)조차도 해야 했고 영화 007 시리즈 중 한 편의 영화제목인 골드핑거로 부르기도 했다. ㅎㅎ


단 한 개에 천 원이었을 때는 비싸다 보니 그 맛이 뭐랄까 달달한 향이 입 안에 번지고 맛 또한 크림처럼 부드러워서 야자수 아래에서 열대의 정취를 느끼듯이 이국의 음식을 음미하기도 했는데...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면서 동남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수입량이 많아져서 이제는 재래시장의 노점의 소쿠리에 담겨서 과일 중에 가장 흔한 과일이 돼버렸으니 귀했던 시절에 골드핑거는 옛이야기로 남아 버렸다.



#3. 말짱 도루묵

어느 동호인이 연습할 때의 스트로크를 보면 그라운드 스트로크, 발리, 스매시 등 제대로 된 폼을 갖춰서 주위의 시선을 끌고 볼을 치는 실력 또한 예사롭지 않아서 보는 사람마다 당연히 지역 금배부나 전국대회 우승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사람이건만 실전에서는 실수를 할까 봐 조심스럽게 볼을 다루며 그 실력의 반도 안 되는 모습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으니 평소 보였던 기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도루묵과 바나나는 처한 환경이나 귀하고 흔한 상황에서 느끼는 생선이나 과일 맛이 다름을 말하는 것으로써 테니스의 실력평가와 연관성은 없지만 공통사항은 전과 후 사정의 다름이다.

테니스에서 좋은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실전에서 내가 가진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연습과 실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나의 실력은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로소 나의 실력이 되고 어느 누구에게라도 인정을 받으려면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전과 후의 모습이 다르지 않게 평소 갖춰진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