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월 신년모임
새해 연초부터 들이닥친 폭설과 삼한사온의 계절 법칙마저 깨버린 지독한 한파의 위세에 눌려 겨우내 움츠린 몸과 시린 마음을 녹여줄 뭔가가 꼭 필요했는데 그것은 역시나 '테니스 메이저여행' 신년모임이었다.
지난 주말 하루 종일 몸과 마음이 따뜻했던 그날의 여운이 남아 그런지 아침 출근길의 마음이 조금은 여유롭고 넉넉하다.
2010년 1월 23일(토)
'테니스 메이저여행' 신년모임에 가는 길.
언제나 그랬듯이 모임에 가는 마음은 기대 반, 설렘 반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올라 부푼 마음 누르며 가속페달을 밟으니 판교 IC 방향으로 향한 차는 미끄러지듯이 막힘없이 도로를 질주한다.
부웅~
부우웅-------------------
저 멀리 산등성이에 조발한 듯 촘촘히 박혀있는 겨울 나목들이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의 꿈틀대는 뿌리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뚫는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볕은 마냥 봄이다.
분당에 있는 수내 테니스장에 도착하니 모임의 주인인 엘리자님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느라 몸이 바쁘다. 모임을 환영하는 현수막 아래에 커피와 계절 과일은 기본으로 놓여있고, 백년초 열매로 만든 웰빙 주스에다가 점심으로 떡국까지 준비했으니 그 마음 씀이 참 대단하다.
달짝지근하면서 열매 고유의 향이 느껴지는 차 한 잔 마시면서 테니스장을 둘러본다. 코트 3면 펜스 주변에 키 큰 겨울나무들의 뾰족한 가지로 하늘을 콕~ 찌르면 파란 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늦가을의 정취와 따스한 볕이 내려 봄기운이 동시에 느껴지는 여기 수내 테니스장은 지구촌 반대편에서 지금 한창 열리고 있는 호주오픈의 하드코트를 연상케 한다.
한 잔의 차를 채 마시기도 전에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들어오는 사람 중 한 분은 지난해 여름 국회 모임 때 갓 따서 더욱 싱싱한 포도를 가져오신 청여우님이다.
제주에서 열리는 개나리 첫 전국대회인 '칠백 리 대회'에 경험 삼아 출전한다고 하여 두 분을 상대로 한 게임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많은 분들이 오셨고 '테니스 메이저여행'의 신년 모임이 시작된다.
고수들의 모임답게 오늘도 역시 전국대회 우승자 분과 또 내놓으라는 실력자 분들이 많이 오셨다. 그분들과 게임도 하고 많이 느끼고, 배우고, 가르침도 받고 하는 마음 뿌듯한 시간들이다. 여기가 아니면 언제 어느 곳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겠는가?
높고 파란 하늘 중천에 뜬 낮달을 바라보면서 시작한 첫 게임부터 겨울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가는 시간까지 두 면의 코트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모든 게임을 마친 후 우리의 모임은 저녁시간으로까지 이어진다.
따끈한 국물에 술 한 잔이 그리운 시간에 다섯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은 우리들은 상 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뼈다귀 감자탕에 술 한 잔 곁들인다. 테니스로 쌓아가는 우정이란 돈으로만 살 수 없는 마음속 보석을 캐듯 서로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코트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빠르게도 흐르는 시간들을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즐거운 하루를 보내서 일까? 가속 페달을 밟은 대로 속도가 붙는다. 그 시간의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이미 깊고 차가운 겨울밤이었지만 '테니스 메이저여행' 만남 뒤의 내 마음은 환하고 따뜻했다.
그 마음은 봄을 기다리는 처녀의 마음처럼
벌써 다음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