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2024. 12. 18.
오며 가며 필요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잘 포장해서 넣어둔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때로는 시간보다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가 있을 때 어플을 열고 하나씩 글을 쓴다.
내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고, 가격을 정하며, 왜 가지고 있었고 왜 내어 놓는지, 어떻게 쓸모가 남아있는지 설명하는 것에는 꽤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근창고에 있는 물건들에는 ‘선입선출’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들어온 순서와 관계없이, 운명처럼 새 주인을 찾아 떠나간다. 당근창고에 들어있지만 게시글이 작성되지 않은 물건들도 있다. 필요하지 않음이 명백하지만, 보내는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들은 창고 안에서 시간을 들여 숙성시킨다.
얼마큼이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인지는 물건도 모르고 나 역시도 모른다. 그러나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필요한 이에게 넘겨줄 것이다.
요사이에는 Erica Layne의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를 읽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거대한 외부 세계를 바꿀만한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나약한 존재라도,
내 작은 우주는 느리게 야금야금 달라지고 있다.
올해의 나는, 내년의 나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