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본가에는 형제가 쓰던 자전거가 있었다.
어렸을 때 쓰던 것이라며 나눔을 해도 좋다고 했다.
글을 올리자마자 메시지가 폭탄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미리보기로 얼핏 보이는 사연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심지어 나눔으로 내놓은 물건인데 돈을 ‘주겠다’ 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쏟아지는 메시지에 놀란 나는 일단 글을 “예약 중”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 자전거가 혹시 숨겨진 희대의 명품이라도 되나 싶어 열심히 구글링을 해보았으나, 너무 오래된 자전거라 모델명조차 검색되지 않았다.
본가의 다른 물건들의 정리가 우선이어서 자전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아직도 예약 중이네요, 펑크 나면 연락 주세요.
또 하루가 지났다. 다시 같은 사람에게서 “연락 주세요” 하는 귀여운 이모티콘이 도착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최대한 예의 바르게 대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궁금한 게 있어서요.
사실 올려놓고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 일단 예약 중으로 돌려놓았는데요, 보통 자전거는 수리하여 재판매하시려고 나눔을 반기시는 걸까요? 사실 제 눈에는 지금 너무 낡아 쓸 수 있으려나, 싶긴 하거든요. 그런데도 연락을 많이 주셔서 조금 당황했었어요. 대단한 희귀 모델이었나? 하고 찾아보기도 했고요. 무례할 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연락을 주서서 정말 궁금해서 여쭈어봅니다.
나의 메시지를 읽었으나 상대에게선 답이 없었다. 역시 무례했구나. 그런데 다음날,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제 소개부터 하죠.
77세인 사람으로 고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 틈틈이 취미 삼아 자전거 등을 고쳐서 재판매를 하고 용돈으로 사용합니다. 댁의 자전거는 특별한 것은 없는 아주 오래된 모델 같지만, 저에게는 무료이니 좋지요. 아마 다른 사람도 비슷할 겁니다.
저는 자전거를 점검하고, 수리해서 탈 수 있도록 하고, 깨끗이 청소하고 시운전을 해서 내어놓습니다. 수리와 청소, 자전거 단장은 제가 할 수 있지만 수리를 위한 재료비가 드는 것은 자전거를 구입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지요. 그러니 나눔은 무지하게 좋은 경우이지요. 이쯤 되면 댁의 궁금함을 풀어드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댁의 자전거를 원하는 것이니 저에게 주시면 사례금을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제 소개부터 하죠.”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힘과 기운. 나도 모르게 ‘멋있다!’라고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고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서 당근을 한다는 이 어르신에게, 나는 이 오래된 자전거를 기꺼이 드리고 싶어 졌다(물론 그분이 말하는 ‘사례금’ 없이).
더 드릴 게 없을까.
뒤적이던 나는 아직 팔리지 않은 새 자전거 부품이 생각났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올려놓았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했던 림테이프를 작은 봉투에 넣어 포장했다. 그리고 약속한 날을 기다렸다. 이제까지 중 가장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거래였다.
“안녕하세요!”
오래된 은색의 SUV를 몰고 나타난 어르신은 자전거를 번쩍 드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시더니, 받아 들어 의자를 젖힌 뒷자리로 실어 넣었다.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자전거들이 그 뒷자리를 거쳐 점검과 수리, 청소와 시운전을 거쳐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을까.
자전거가 자리 잡는 것을 보고 나는 작은 봉투에 넣은 자전거 부품을 건네었다. 갸우뚱하시더니 용도를 알아채고는 ‘아아’ 하고는 건네받았다.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나, 그분에게는 쓸모 있을 물건이었다.
일흔일곱이 되었을 때에, 나는 나를 어떻게 소개할까.
안녕하세요, 제 소개부터 하죠.
그리고 그다음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사는 사람이라고 나를 소개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제 소개부터 하죠.
기록하여 남기기를 좋아하고 되새기며 의미를 찾는 사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