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가을의 끝, 겨울의 초입 즈음이었다.
본가를 정리하자 아끼다가 의미를 잃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행에서 사 온 노트와 필기구,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엽서, 잡지책의 부록이었던 일러스트 같은 것.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데도 마음이 혹해 샀고, 샀다면 잘 썼어야 했는데, 아끼기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 의미가 바랜 것이 상자 한 가득이었다.
원수연 작가의 전성기에 그려진 일러스트 모음은 오랜 팬이라는 이웃에게 나눔 했다. 이웃은 내게 직접 받은 싸인을 보여주며 기쁘게 가져갔다.
가지고 있다는 조차 잊었던 다른 것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성시경 5집 앨범의 초도 한정 포스터.
에스닉한 무늬의 모포를 두른 채 아련하게 어딘가를 바라보는(그의 눈은 앞머리에 아스라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모습인데, 분위기가 꽤 아름답다. 지관통이 필요해서 열었다가 이 포스터는 누군가에게 나눔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예뻐요... 소중히 잘 간직하다가 언젠간 누구에게 또 물려주겠습니다”
겨울비가 오는 날, 지하철역 개찰구에서 비닐에 돌돌 말아 포장한 포스터를 넘겨받은 이웃은 내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잘 간직하면 안 되는데.
그 포스터는 이미 20년 가까이 지관통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이란 말이지요. 이제는 누군가가 눈으로 보며 즐길 때가 되어서 내보내는 건데. 간직이라니요.
그래서 오지랖처럼 덧붙이고 말았다.
“딱 지금 계절이랑 어울리네요, 너무 아끼지 마시고 맘껏 보고 즐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