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9가 집을 떠난 그 해 겨울, 첫 차를 샀다.
빚을 지면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운전이 무섭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것.
장롱면허여서 탁송을 요청했고, 집 앞으로 차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차는 더- 길고, 더- 컸다.
주차를 마친 차의 운전석에 앉아봤다. 난 면허가 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쪼그라들까.
연수 신청을 했다.
실은 이번이 두 번째 연수였다. 몇 해 전에 운전연수를 받고 홀로 운전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후방카메라 없는 오래된 차에 앉아 주차장에서 동동거리기를 몇 번, 두려움만 얻고 결국 포기해 버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다양한 안전 옵션이 완벽하게 포함된, 이리보고 저리 봐도 운전과 주차를 하지 못하려야 못할 수 없는 새 차가 반짝이며 도착한 것이다.
연수신청과 동시에 짱구쿠션을 샀다. 조수석에 앉혀 동행할 수 있는 커다란 것으로. 그러나 조수석의 짱구가 생각만큼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매일 출근길마다 ‘언제쯤이면 운전석에 앉아도 심장이 뛰지 않을까’ 궁금해하며 어렵게 시동을 걸었다. 또 조수석의 짱구를 보며 조금 두려워했다. 지금 내가 홀로인 것처럼, 이 차도 영영 나 혼자만의 차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자차로 출퇴근을 시작한다고 알리자 동료들이 박수를 쳤다. 그리고 2주쯤 지났을 때, 그들은 용기 있게 내 차에 탑승했다.
우리는 함께 먼-길을 떠나 점심을 먹고, 드라이브스루를 거쳐 커피까지 사 왔다. 연석을 한번 올라탈 뻔하고, 과격한 도로진입으로 조금 놀라게 하고,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를 기둥에 칠 뻔한 것 빼고는 다 좋았다.
무사히 사무실로 돌아와 주차를 마친 나는 동료들이 내린 뒷좌석을 돌아보았다. 새 매트에 남겨진 흙자국이 보였다. 그래, 나는 홀로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운전석에 앉아도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지 않는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도 깊은 물속처럼 고요하게 운전할 수 있다.
서툰 초보운전자에게 양보할 여유도 생겼다.
친구를 만나러 해남으로, 밤파이를 사러 공주로 달려가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조수석과 뒷좌석의 매트에는 흙 묻은 발자국이 얕게 쌓여갔다.
내가, 누군가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처럼.
짱구인형은 조수석에서 뒷좌석으로, 가끔은 좌석이 아닌 곳으로 옮겨 다녔다. 더 이상 조수석의 친구가 필요하지 않게 된 나는 집으로 데리고 와 식탁의자에 앉혀 사진을 찍었다.
“초보운전자의 든든한 조수석 친구였던 짱구를 떠나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