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_욕실 시계, 드라이기 거치대

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by 정이선

가을.

책장과 화장대. 큰 가구 두 개가 사라지자 작은 물건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욕실시계.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 색이 변한 것. 나눔으로 올려두었는데도 생각보다 찾는 사람이 없어 몇 번이나 글을 끌어올려야 했다. 하지만 결국 주인을 찾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드라이기 거치대도 내보냈다.

9는 어딘가에 구멍을 뚫거나, 붙이거나, 거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작업’을 하고 나서 내게 자랑스레 보여주기도 했다. 사실 나는 물건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정리에 진심인 편도 아니었고, ‘더 편리하게 되었다’ 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그저 두었을 뿐이다.


그러나 9는 집을 떠났고, 나는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가 이삿짐 차와 함께 떠난 바로 그날, 나는 남겨진 ‘걸이’와 ‘집게’와 ‘고리’ 들부터 모두 걷어냈다. 그러니 드라이기 역시 ‘넣어둘 것’ 이지 ‘걸어둘 것’ 은 아니었다.


자전거 부품은 회사 근처에서 팔렸다. 집에는 취미와 관련된 잡동사니들이 남아있었는데, 어떤 것들은 글을 쓰자마자 ‘거래가능한가요?’ 라며 말을 걸어왔다. 간발의 차이로 놓친 사람은 크게 아쉬워했고, 좋은 가격에 가져가는 사람들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


오래된 욕실시계, 드라이기 거치대, 자전거 부품,

값 비싼 물건도 아니었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9는 남겨진 물건들을 버려도 된다고 했고 그의 말대로 그냥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굳이 애써 쓰임이 이어지게 했을까.


헤어짐이 내 방식이 아닌 경우, 내 방식이 아닌 결말은 집착이 된다.


9와의 헤어짐은 내 방식이 아니었을지라도,

그의 물건들과 헤어지는 방식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어떠한 물건이고, 어떻게 썼는지, 왜 내보내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

그렇게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으면 정성껏 포장해 당근이 그려진 메모지를 붙여 화단 아래 살며시 숨겨놓는 것.

그리고 ‘잘 쓰겠습니다’라는 인사를 받으며 이별하는 것.


나는 꽤 오랜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그 하나하나의 과정이 그것을 쓰던 시절과 몇 번이고 내 방식대로 헤어지는 일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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