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_웨딩슈즈

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by 정이선


8월 말. 결혼식 날 신은 웨딩샌들을 내보냈다.

딱 하루 신고 신발장에 넣어두었던 물건. 값비싼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을 가장 예쁘게, 그러면서도 불편함 없이 보내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 샀던 것이었다.


굽이 작고 가늘면 오래 서 있기 힘들어서, 신중하게 고민해서 구입했어요.

네댓 시간 신었는데 버틸만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올려놓자 또 금세 연락이 왔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 가지러 가도 되겠냐는 물음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 약속의 날. 나는 시간을 맞추어 신발을 가지고 집 앞으로 내려갔다.


구매자는 출입문 앞에 정차하고는 운전석 창문만 쓱, 내렸다. 나는 잘 포장한 구두를 열린 창문 너머로 건네주었다. 그는 거침없이 비닐을 뜯더니 “구입 시기는 언제예요?”라고 물었다. 내가 답하자, 그는 샌들을 휙휙 돌려가며 살펴보고는 운전석에 앉은 채 내게 지폐를 쥐여주고 떠났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가 없었던 그날의 거래는 빠르고 간결하여 어쩐지 나의 이별과 닮아있는 것도 같았다. 문득 그즈음에 썼던 일기가 떠올랐다.


우리가 같이 먹은 밥이 몇 끼인 데, 우리가 함께 잔 밤이 몇 밤인데, 우리가 나눈 시간이 얼마인데, 우리가 같이 간 곳이 얼마나 많은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리고 통보하고, 받아들이라고 하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같이 먹은 밥이 몇 끼인 데 혼자 그렇게 끝을 내냐 섭섭하게. 참으로 섭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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