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_보루네오 책장(2)

남겨진 물건에서 나를 찾다

by 정이선


가구 가격보다 비싼 용달가격이라니.

나는 의욕이 넘치는 중고거래 입문자였다. 용달가격과 렌트비용을 비교한 후 눈에 빛을 내며 ‘레이 이사’, ‘레이 당근’, ‘레이 트렁크’, ‘레이 실내 크기’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다음날 당장 책장을 가지러 가야 하는데 마지막까지도 마음이 갈팡질팡 했다. 남자친구는 ‘돈이 아까운 것인지, 한번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것인지’ 물었다. 후자라면 돕겠다고 했고, 전자라면 용달차를 부르자고 했다.

침대나 소파를 실어온 사람도 있던데 반듯한 모양의 책장 정도는 쉽지 않을까…….


직접 옮겨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가도, 나 혼자 고생하는 게 아닌데 싶어 망설여졌다. 그렇게 “그냥 용달을 부를까.”라고 중얼거리자 남자친구가 낚아채듯 “그러자!” 고 했다. “내가 알아볼게!”라고도. 그 간절한 ‘알아볼게!’에 웃음이 터졌다.


다음날 아침, 용달 아저씨와 함께 책장이 있는 아파트로 갔다.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책장들이 우뚝 서 있었다. 반가움은 잠시, 이제 모셔갈 차례.


마흔 살 가까운 책장은 역시나 힘이 없었다. 책장의 옆면이 긁히지 않길 바랐지만 용달 사장님은 거침없이 책장을 들고, 나르고, 트럭 바닥에 내려놓고 또 힘껏 밀었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10여 분을 달려 책장이 집으로 도착했다. 능수능란한 지도하에 책장은 거침없이, 그러나 비 오는 듯한 땀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들고, 받치고, 꺾어 돌고...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 번의 반복 후, 어제까지 널찍한 하얀색 장이 서 있던 곳에는 보루네오의 오래된 무늬목 책장 세 개가 나란히 세워졌다.


모두가 떠나고 조용해진 집. 나는 정성을 들여 나이 든 책장을 닦았다.

무늬목이 들떠 있거나, 바닥 부분이 망가졌거나. 더듬어 보니 역시나 구석구석에서 세월이 보였다. 하지만 이 집에 내가 원하고 바란, 그 물건이 들어왔다는 것, 그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다음 날, 책장이 있는 방의 문을 열자 매콤한 듯 고소한 나무 냄새가 옅게 끼쳐왔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코 끝에 닿자마자 기억이 되살아나는 파티클 보드의 그 향기.


물건에는 죄가 없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생각하며 꽤 오랫동안 9의 물건에 둘러싸여 고요히 시간을 흘려 보내왔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조용하지만, 격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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