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는 오래된 책상과 책장이 있다. 티크 무늬목의 단순한 디자인.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가구.
“어릴 때부터 쓰던 유서 깊은 책장이랍니다.”
화장대를 털어내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책장이 다 거기서 거기라지만 사진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가늘고 단정한 프레임, 불그스름한 빛깔, 가장 아랫단에 붙어 있는 옛 보루네오 가구의 로고. 내가 아는 그 책장이었다. 게다가 하나가 아니고 세 개, 그리고 단돈 삼만 원!
머리에 번쩍, 번개가 일었다. 그리고 고민 없이 대화를 걸었다.
세 개나 되는 높이 2미터의 책장을 어떻게 옮길지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고, 우리 집으로 데려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책장을 내보내야 했고.
집에는 벽을 가득 채우는 한샘의 스테디셀러. 하얀색의 샘책장이 있었다. 하얀색 화장대와 하얀색 책장 그리고 하얀색 옷장. 모두 9가 결혼 전부터 쓰다가 남겨놓고 간 것들.
그는 하얀색을 좋아했던 모양이지만, 나는 묵직한 나무색이 좋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주택은 원목 계단과 마루, 무늬목 거실과 목재문. 온통 나무로 가득했었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몇 번 이사를 해서 생활 흠집이 있어요.
책장에 맞는 수납바스켓도 같이 드려요.
계단으로 가져가셔야 해요.
글을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2미터 높이의 이 가구를 어떻게 가져갈지 궁금했는데 분해해서 실어가겠다고 했다.
아주 더운 주말이었다.
구매자는 거실에서 책장을 해체하기 시작했고, 나는 분해된 선반을 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집 밖에 내어놓았다. 가장 크고 긴 옆 판은 남자친구와 구매자가 함께 들고 내려갔다. 그는 카키색의 캐스퍼를 타고 왔는데, 조수석 의자를 접자 긴 옆 판도 무리 없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오! 하고 박수를 쳤다.
화장대에 이어, 하얀색 가구 하나가 그렇게 새 주인을 찾아 또 떠나갔다.
-남겨진 물건들에서 나를 찾다.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