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0.

꿈이나 목표,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냥 움직이는 겁니다.

by 정이선


(질문)

경력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많으신데, 그런 것을 하실 때 어떤 꿈이나 목표로 하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답)

제가 오늘, 이곳에 오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점심때 교수님 하고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제 경력이 일관성 있게 이렇게 흘러온 것이 아니라 굉장히 지그재그 하면서 흘러왔어요, 학교도 여러 곳을 거쳤고.


어떤 것을 해야겠다, 이것을 하면 보람된다, 그런 건 지금도 여전히 찾고 있어요.

매일같이 "뭘 하면 내가 죽기 전에 참 잘 살았다, 나 되게 인생 뿌듯하게 잘 살았다,라는 느낌을 가지면서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해요. 늘 고민하는 것 중 하나예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제가 밟아온 그 지그재그가 결국은, 내 인생에 무언가가 일어나게 하는 어떤 일들이었어요.


이를테면 제가 지금 이 회사 안에 있으면서, 회사 안에 가만히 앉아서 일할 수도 있지만 최근 동향 같은 것들이 듣고 싶어서 학회나 세미나 같은 것을 종종 가요. 이번에 시립대에서 학술대회를 하길래 재미있어 보여서 갔어요.


거길 갔는데 우리 학교 교수님이 토론자로 나오셨고, 학부 선배님인걸 알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렸더니 마침 교수님 하고 친분이 있으셨던 거예요. 제 연락처를 교수님께 전달해 주셔서 교수님이 저한테 연락을 주셨고, 20년 전 제자가 전공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저한테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특강을 할 기회를 주셨어요.


제가 지그재그로 밟아온 이력 하나하나는, 향후에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그때그때 움직여서 저한테 다가온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던 결과들이에요.


꿈이 무엇이고 그래서 이루고 싶은 게 뭔지는 저는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그냥, 움직이세요.


누군가를 만나시고, 그렇게 기회가 오면 그냥 열심히 하세요, 열심히.

그러면 지금에 건 나중이건 뭔가 남는 게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덧붙임인데, 주변의 좋은 분들과 어울리세요.


저는 석사 때 좋은 동기들을 만나서 논문을 무사히 쓰고 나왔어요. 처음에 중간고사 치고 나서 학교 그냥 그만둔다고 그랬었어요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같은 과를 진학한 건데도 모르겠더라고요. 근데 저를 붙잡아 앉힌 친구가 있었고, 그래서 시험을 봤고, 어쩌다 보니까 종합시험도 합격하고, 논문도 써내고, 또 어쩌다 보니 학위까지 받았단 말이죠.


또 법전원 들어가서는 좋은 룸메를 만났어요. 저는 처음에는 그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 줄도 몰랐어요. 이과 출신이었고, 한자도 읽기 힘들어한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장학금을 받았대, 그것도 공부로 하는 장학금을. 그 친구는 막 줄 그어 가면서 공부하지도 않아요. 차분히 앉아서 책을 한 장, 한 장 이렇게 넘기다가 가끔 메모하고. 수험공부 같지 않게.


근데 전 벼락치기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시험 앞두고 새벽 몇 시까지. 그런데 그 친구는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시간에 학교 가서 똑같은 시간에 학교에서 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냥 그 친구 따라 했어요. 같은 시간에 나가서, 같은 시간에 들어오고. 당연히 더 이상 벼락치기도 안 했죠.


그 친구가 하는 대로 따라만 했더니 결국 시험에 합격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요새는 또, 본받을 만한 사람이 누가 있나- 이렇게 찾는 게 요새 일이에요. 내가 따라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내가 그 무리에 있으면서 나랑 같이 성장하고 나를 성장시켜 줄 사람이 누굴까. 그건 그냥 평생 그렇게 찾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말하는 "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그런 거 잘 모르겠어요.

저도 앞이 흐릿하지만, 어쨌든 움직여라.

그리고 움직인 자리에서 주어지는 것을 그냥, 열심히 하라.

그리고 좋은 친구가 있다면 질투하지 말고 그저 따라가라.

그렇다면 그가 100을 얻으면 내가 90 정도는 얻을 수 있다.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