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꿈
나는 2018년 가을, 선생님에게 보낸 메일에서 발견한 새로 만난 사람에 대한 고민과, 그즈음 꾼 꿈에 대해 물었다.
건물의 계단 위 빈 공간에 여러 잡다한 짐과 가방들이 있었다. 가방 안에는 죽어서 미라가 된 고양이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가방 하나를 건드리자, 그 안에서 푸석하고 먼지투성이인 회색 아기고양이가 비척거리며 기어 나왔다. 나는 그 고양이를 데리고 올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데리고 오지 않았다.
고양이는 종종 감정, 직관, 애정, 또는 보호본능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미라 상태로 오래도록 방치되어 있었다는 건 오랫동안 돌보지 못했던 감정이나 욕망, 혹은 사람들과의 정서적 연결에 대한 상처로도 보여.
‘아기 고양이’는 새로운 감정이나 관계의 가능성, 혹은 그동안 무의식에 묻어두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발견을 뜻해.
이 아기 고양이가 먼지투성이에 회색이라는 건, 이 가능성이 아직은 낯설고 지친 모습이라는 것이지. 그즈음 네가 남자친구를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 보호해주고 싶은데 동시에 감당이 될까 두려운 마음과 닮아있어.
그렇지만 결국 너는 그 아기고양이를 데려오지 않았어.
이 결정은 아주 중요해. 감정적으로는 끌리지만, 동시에 그 무게나 상처의 깊이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는 걸 드러내거든. 남자친구의 결핍을 직면하면서 드는 연민과 책임감 사이의 갈등, ‘나는 엄마가 아니니까’라고 한 이메일 속 너의 말과도 맞닿아 있어.
이 꿈은 무의식이 메시지를 꽤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 나는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누군가의 결핍이나 어둠을 구원하려 애쓰는 건 아닌가?
- 그 사람 안의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이, 결국 나 자신을 닳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다만 포기하라는 의미라기보다는, 너의 직관이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길 바라는 것 같아.
마음은 끌리지만 동시에 깊은 불안과 책임감이 공존할 때,
꿈속에서는 그 관계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멈춰야 할지에 대한 본능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지.
내가 회색 고양이의 꿈을 꾸었다고 말하자, 지금은 ‘전’ 배우자가 된 당시 남자친구도 꿈을 꿨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의 꿈에 대해서도 이어 물었다.
북방한계선이 갑자기 바뀌었고, 전 세계에 지진이 일어났고, 지진 때문에 휴대전화랑 통신기기가 모두 먹통이 되었고, 무서웠다. 그 자리에는 나와 엄마와 형이 있었다.
이 꿈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