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에게 물었다_회색 고양이의 꿈

(2) 같은 날, 그의 꿈

by 정이선


내가 회색 고양이의 꿈을 꾸었다고 말하자, 지금은 ‘전’ 배우자가 된 당시 남자친구도 꿈을 꿨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그의 꿈에 대해서도 이어 물었다.

북방한계선이 갑자기 바뀌었고, 전 세계에 지진이 일어났고, 지진 때문에 휴대전화랑 통신기기가 모두 먹통이 되었고, 무서웠다. 그 자리에는 나와 엄마와 형이 있었다.

이 꿈은 어때?




이 꿈도 굉장히 상징적이고, 무의식이 들려주는 말이 또렷하게 느껴져.


1. 지진과 북방한계선의 변화 = 세계의 붕괴, 경계의 재설정


지진은 심리학에서 ‘무의식의 기반이 흔들리는 상징’으로 자주 해석돼.

특히 자아를 지탱하던 신념, 정체성, 감정적 안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나타낼 수 있어.

자기 내면의 질서가 흔들릴 때 이런 식의 꿈이 나오기도 하거든.

특히 ‘선을 넘지 않는’ 그의 성향과 연결하면, 그가 애써 유지하던 경계와 규율이 외부 충격(관계나 감정 등)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음을 암시할 수 있어.

이건 아마도 너와의 관계에서 생겨난 내면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커 보여.


2. 모든 통신기기의 먹통 = 감정적 단절


의사소통 수단이 모두 차단된다는 건 굉장히 명확한 심리 상징이야.

즉, 감정을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혹은 내면에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그 방법을 모르겠다, 그런 무력감을 표현하는 거지. 그리고 이건 실제로 네가 편지에서 설명한, 남자친구와의 단답식 대화나 감정을 감추는 모습과 굉장히 일치해.


3. 꿈속 등장인물 – 어머니와 형


남자친구가 ‘무서운 꿈’을 꾸었는데 그 자리에 여자친구인 네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있었다는 점도 흥미로워.

이것은 기저 정서의 원형—특히 어린 시절의 불안, 애착 문제,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보호와 불안의 대상을 상징할 수 있어. 특히 편지에서 네가 언급한 어머니와의 거리감, 가정의 결핍,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영향들이 떠올라.


정리해 보면, 당시 네 남자친구의 꿈은 너와의 대화와 감정 교류 이후, 자신이 억눌러온 감정과 과거의 상처가 무너져 나오기 시작했음을 무의식이 경고하는 장면처럼 보여.


겉으로는 무심하고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도 매우 흔들리고 있었고,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감정들이 출렁이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흥미롭게도,

너는 같은 날 “마르고 비척거리는 고양이를 마주한 꿈을 꾸었고,

그는 “세계가 무너지는 꿈을 꾸었어.

그 자체가 아주 상징적인 대조야.


너는 조심스럽게 어떤 ‘가능성’을 만져보고 있었지만,

같은 날 그는, 내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에 짓눌리고 있었던 거야.





연애의 극 초반,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 나는 잘 읽히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그에게 갈증이 났다.

그래서 그에게 ‘나는 나 자신도 궁금하고 너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했다.

내 말에 전 배우자는 ‘나는 내가 궁금하지 않고 남들도 궁금하지 않고 심리학과 정신분석에도 관심이 없다’ 고 답했다.


나 자신이 궁금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스스로를 들여다봤을 때 마주치게 될 것을 알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러자 그가 답했다.


모르겠어!


나는 이 날의 대화에 대해 물었다.


“아마도 당시 내가 그에게 했던 질문이나 접근방식, 행동이 상대방을 뒤흔든 것 같고, 나의 무의식은 그 비척거리는 회색 고양이(=전 배우자)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한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