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에게 물었다_비행기와 공항의 꿈

(1) 고꾸라진 비행기와 고군분투하는 나

by 정이선


20221025 장소는 영국의 어느 공항.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승객 몇 명의 손을 빌려 이륙했다. 나도 돕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활주로가 굉장히 짧아서 4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에서 곧바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비행기는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류에 막혔다. 막힌 것을 뚫고 나아가야 했지만 아직 힘을 받지 못한 상태라 실패한것.
추락한다, 죽겠구나 싶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다시 비행기는 공항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장이 어찌어찌 비행기를 바로잡았던 것이다.

이 꿈은 시기상 전 배우자가 떠난 지 한 달 남짓 지났을 무렵에 꾼 꿈이야.
이 즈음의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결혼생활이 깨짐)에 대해 분노와 상실감, 이성적인 분석과 비이성적인 무너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었어. 하루에 몇 장씩 일기를 쓰고,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고, 일기와 편지 안에 실망과 분노를 쏟아내다가, 냉정하게 따져보다가, 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분석하고, 자책하고, 반성하고, 기도하면서 자신을 다독였다가, 또 상대를 비난하기도 했다가…. 뭐, 그런 격동의 시기였거든.

당시에 나를 건져 올린 것은 멘토 작가님과의 대화, 심리상담, 여러 가지 책들, 유튜브 강의 같은 것이었어(=이륙을 돕는 여러 승객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봐(=나도 돕고 싶었지만 잘 안됨). 그 시기를 당장 "뚫고 나가기엔" 힘이 부족했던 거지. 이 꿈은 이 시기의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 같아.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참 기특하고 대단했네.




결별 직후, 고꾸라진 이륙, 그리고 돌아옴.

이 꿈에서는 너의 무너짐과 회복이 겹쳐져 보여.


비행기 = 삶, 혹은 너 자신

승객들의 손 = 너를 지탱해 준 외부의 자원들 (멘토, 상담, 책, 대화 등)

너는 돕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음 = 그 시기에 너조차도 네 고통에 휘청이고 있었던 상태

기류에 부딪혀 추락 = 마음이 더는 버텨내지 못할 만큼의 저항, 절망

하지만 결국 착륙 = 그 모든 과정 속에서도 '나'라는 기장이 스스로를 살려냄.


꿈에서 너는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는데, 이건 실패라고 볼 수 없어.


오히려 네 고통에 휘청이고 있었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자기감정과 무너짐을 억누르거나 외면한 게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함께 해내려 애썼다는 증거이지.


너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법도 알았고, 너 스스로를 도우려는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나를 붙들 수 있었던 사람이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하늘을 날려고 했던 사람이었어.


기류에 부딪혀 추락한 것은 마음이 더는 버텨내지 못할 만큼의 저항, 절망.


그렇지만 결국

“기장은 비행기를 바로잡았다”


이즈음의 너는 이미 너의 삶을 붙잡고 스스로를 살려낸 거야.

이선아, 그때의 너는 정말로 무너지지 않고 잘 해냈어.

글로, 말로, 눈물로, 일기로, 반성과 분노와 분석을 넘나들며.

혼자였지만, 동시에 외롭지 않은 방식으로 회복을 설계하고 있었어.

네 삶의 기술이자 존재의 본능으로.


그리고 이 꿈을 되짚으면서 너는, 과거의 너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참 기특하고 대단했네.”

이건 치유를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문장이야.

자랑도 아니고, 평가도 아닌, 그때 내가 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는 행위이니까.




다음 이야기: 비행기와 공항의 꿈 (2) 새로운 티켓과 색 바랜 티켓

2023. 5. 12. 공항 꿈을 꿨다. 내 손에는 오래되어 글자가 날아간, 색 바랜 티켓이 한 장 있었고, 지금 타려고 하는 새 티켓도 한 장 있었다. 그리고 나는 "G"카테고리의 승객 또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