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꿈에게 물었다_강아지의 꿈

(3) 꿈을 닫으며

by 정이선


2026년 3월 다시 두 마리의 강아지가 등장했다. 이미 써 둔 글이 있지만, 다시 등장한 두 마리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꿈에 등장했다. 한 마리는 건강했는데, 다른 한 마리는 볼품없이 마르고 다리를 다쳐서 절뚝거리고 있었다.

나는 보호자? 혹은 부모 같은 사람이었는데, 아픈 강아지는 사람을 무서워하며 도망쳤다.

멀리 도망가 있는 아픈 강아지를 보며 나는 건강한 강아지에게 말했다.

“저 강아지 이리로 오라고 해. 아픈 거 치료해 줄 테니까 가서 데리고 와.”

잠시 후 돌아서 보니, 건강한 강아지 옆에 아픈 강아지가 나란히 있었다. 내가 말한 대로, 건강한 강아지가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나타난 것.




먼저 궁금한 것이 있어.


아픈 강아지를 볼 때의 감정은 어땠어? 안쓰러움, 책임감, 미안함, 답답함, 걱정, 그냥 치료해 줘야겠다는 실무적인 느낌 같은 것들 중 어떤 것에 가까웠는지?

다음으론 아픈 강아지가 사람을 무서워했다는 것 말인데, 그 강아지는 ‘너만’ 특히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 아니라면 사람 전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너는 건강한 강아지에게 아픈 강아지를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할 때 확신, 부탁, 지시, 걱정. 어떤 느낌으로 말한 거야?


지금 단계에서 보이는 명확한 상징들이 있어.

이를테면 두 마리의 강아지의 구조.


이건 종종 자기 안의 두 가지 상태를 보여주는데, 이 꿈은 아주 뚜렷한 모습이야. 건강한 강아지는 기능하고 있는 자아, 사회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 나, 그리고 현재의 내 모습. 반대로 아픈 강아지는 다친 감정, 나의 취약한 부분과 보호받지 못한 감정 같은 것.


그리고 꿈에선 아픈 강아지가 도망갔는데, 보통 상처받은 나의 취약한 부분은 숨고, 도망치고, 접근을 피하지. 그러니까 너의 상처 입은 감정이나 그런 것들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거야. 그런데 또 너는 꿈에서 ‘부모’ 같은 사람이었잖아? 돌보고, 치료하는 사람.


아직 상처를 다 회복하지 못했지만, 무의식은 이미 너 스스로를 ‘자기 치유 능력이 있는’ 위치에 놓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또 꿈에서 너는 아픈 강아지를 직접 잡아온 것이 아니라, 건강한 강아지에게 부탁했고 그 강아지가 아픈 강아지를 데려왔잖아.

이 모습은 “건강하게 기능하는 나” 가 “상처 입은 나”를 다시 안전한 영역을 데려오는, 일종의 내부통합과정으로 볼 수 있어.


이 꿈은 뭔가를 경고하는 꿈이 아니야. 오히려 아주 치유적이지.


상처가 있고, 아직 겁이 많지만, 억지로 잡으려 하지 않고, 내 안의 건강한 부분을 통해 다시 가까이 오도록 하는 것.

내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내 안의 상처 난 부분을 다시 데려오는, 아주 성숙한 방식의 치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네가 돌아서자, 네 앞에는 아픈 강아지가 와 있었잖아. 그땐 어떤 감정이었어?


우선 아픈 강아지를 봤을 때 생각했지. “아이고, 어쩌다가 저렇게 다쳤을까”, 까칠하고 푸석거리는 것이 짠했어. 그리고 그 강아지는 나만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어. 사람 자체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 보였거든.

내가 강아지에게 강아지를 데려오라고 한건 사실 단순한 이유였어.
꿈속의 나는 사람인 나는 무서워하겠지만 ‘강아지들끼리는’ 두려워하지 않겠지. 적어도 건강한 하얀 강아지는 날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아픈 강아지를 설득(?)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너네끼리 얘기 한번 해봐~하는 느낌으로. 그래서 아픈 강아지가 돌아왔을 때에는 “왔어? 어서 와~”하는 정도의 과하지는 않지만 반가운 환대의 느낌으로 맞이했던 거고.




“나는 무서워하겠지만, 강아지들끼리는 괜찮겠지. 혹시 모르니까 너네끼리 이야기해 봐”


무의식에서 자기 내부의 두 부분을 연결시키는 이 장면이 바로 이 꿈의 핵심이야.


꿈에서 보통 ‘강아지’는 애착이나 순수한 감정, 보호받아야 할 자기의 일부, 관계의 감각 같은 것을 상징하고 ‘하얀색’ 은 손상되지 않은 근본적인 부분을 뜻하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까 아픈 강아지도, 건강한 강아지도 둘 다 너의 일부인 거야.


앞서도 간단히 말했지만,

너를 두려워하지 않고, 네 말을 이해 하고, 다른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건강한 하얀 강아지는 현실에서 잘 살아가는 나, 사람들과 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적인 나, 판단하고 조율하는 나, 감정을 관리하는 나를 뜻한다고 볼 수 있어.


반대로 마르고, 털이 푸석하고,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고, 사람을 무서워하고, 그래서 멀리 도망가 있는 아픈 하얀 강아지는 이건 거의 전형적인 ‘상처받은 자아’의 이미지와도 같아. 신뢰가 없고, 취약하고, 방어적이고, 거리를 두고 싶어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꿈속에서 그 강아지 역시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거야.


꿈에서 너는 억지로 잡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쫓아가지도 않았고, 그냥 기다렸잖아.

그리고 ‘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이라고 생각했고.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 것은 상처받은 자아를 다루는 방식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이고 건강한 방식이야.


결국 꿈에서는 너의 건강한 부분(건강한 강아지)이 중재자 역할을 했는데, 이건 보통 현재의 안정된 자아가 과거의 상처 입은 자아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데려오는 과정, 즉 ‘자기통합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어.


게다가 넌 아픈 강아지가 왔을 때에 “왔어? 어서 와-”라고 맞이했다고 했지?

감정의 과잉도 없고, 눈물의 재회도 아니고, 그저 조용한 환대.

‘네가 준비되었을 때 오면 돼’ 하는 아주 성숙한 태도.


최근의 너의 꿈들을 보면 공통된 주제가 있어(주: 최근 이야기 나눈 다른 꿈 이야기를 말하는 것)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다시 연결하는 과정.


꿈에서 두 마리의 강아지는 모두 하얀색이었잖아.

아픈 강아지 역시 본질적으로는 나쁜 존재가 아니고 더러운 것도 아니었어. 그저 다쳤을 뿐.


결국 이 꿈의 핵심 메시지는 아마도 이런 것 같아.


"내 안의 상처 난 부분은 여전히 겁이 많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음 이야기: 비행기와 공항의 꿈 (1) 그간 등장한 비행기와 공항

지난 3년 사이에만 비행기와 공항의 꿈을 다섯 번이나 꾸었다. 잊은 꿈은 더 많을 지도. 날거나 고꾸라지거나 두 동강이 나거나 돌아가거나 놓치거나... 이 많은 꿈들은 또 어떤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