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도ㅣ탑의 이름

by 온도계

가장 아름다우면서

위태로운 꼭대기는

작은 숨소리에도 쉽게 흔들려

곁길로 뻗어가는 노송처럼

길 잃은 나침반의

북쪽 방향이 되어버렸다.


내 꼭대기를 자기 꼭대기라 부르며

시샘하는 저들의 소망 섞인 속삭임에

이내 무너져버렸다.


저들이 세운 꼭대기의 비웃음이 된 채

이젠 기울어져 완만해진 나의 탑에 올라

꾹꾹 눌러 담은 나의 울분 한 컵을 넣어

적막한 밤 12시에 종소리를 울린다.


삐뚤어진 나의 눈에 맺힌

눈물의 굴절은

피사의 사탑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공든 탑도 무너지더라.

그래도 누군가에겐

바로 세워진

아름다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눈물은 위로가 되어

기울어진 나의 탑을

다시 세운다.


나의 시간과

나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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