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도 │ 시장들

by 온도계

그 나라의 삶과 문화 그리고 음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은 단연 ‘시장’이다. 시장에 가면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현지에서 자주 갔던 세 곳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가장 처음 생필품을 구매하러 갔던 곳은 대형 마트였다. 일단 당연하면서도 놀라웠던 것은 우리나라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고, 중국 제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쳐다보지도 않았을 낮은 질의 제품들이었지만 그곳에서는 귀한 손님이었다. 플라스틱들은 약했고, 딱 봐도 값싼 제품들만 판매하는 할인점에 있을 물건들이었다. 그런 물건들마저 없어서 귀했다. 사실 우리도 요즘 해외 직구라고 하면서 중국 제품들을 사 오지 않은가? 요즘에는 좋은 제품들도 더러 판매하기에 인식이 조금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탄자니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중국 물건들은 질도 낮았다. 아주 희귀하게 좋은 제품들도 있었지만 현지 사정상 그랬다.


IMG_2800.JPG 빼곡하게 정리된 마트의 상품들


IMG_2830.JPG 깔끔하게 진열된 현지 과일들


그리고 현지에서 제조된 제품들이 거의 없기에 대부분 수입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은 우리의 예상보다 비쌌고, 한국에서 적응된 가격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물론 탄자니아에서 재배된 오일류들과 과일 그리고 고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물론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빵 종류였다. 왜냐하면 겉모습은 참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달아 터져 나오는 나의 감탄사와는 다르게 나의 지인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그런데 안 먹어 볼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담다가 순간 멈칫했다. 일단 경고를 받아들이자는 나의 본능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빵들 몇 개만 사 와서 먹어보았다.


‘아,,,, 이런 맛이구나,,,, 오,,,,,,,,,,,’


현실적인 나의 반응이었다. 물론 재료가 다르기에 맛도 다름이 분명했지만 단 음식을 좋아하는 그들이 이렇게 밋밋한 빵을 만드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이 그들의 문화인 것을 어쩌겠나! 자주 사 먹지 않기로 했다.


IMG_2803.JPG 마트 안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IMG_2829.JPG 맛있게 보이는 베이커리


IMG_2828.JPG 정말 기대가 컸던 빵이었다.

그리고 과자를 보면 대부분 유럽 수입품이었다. 내가 분명히 깨달았던 것은 아시아 스낵이 정말 맛있다는 것이다. 유럽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있겠으나 한국 과자 정말 맛있고, 아시아 과자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종종 중국에서 수입된 과자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금방 품절되고 만다. 맛을 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그마저도 귀하다는 뜻이다.


그래도 아프리카 아닌가?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이 커피였다. 사실 난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고, 지금은 로스팅이 취미라서 커피에 대한 애정이 좀 크다. 그래서 현지에서의 맛이 너무 궁금했다. 물론 에티오피아와 같은 커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었기에 다양한 커피가 재배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쉽긴 했지만, 만평이 넘는 커피농장에 가서 체리들을 보며 또 하나의 꿈을 이루기도 했었다. 맛을 보자면 바디감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종종 끝에 산뜻한 맛이 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커피의 맛은 그랬다.


‘그래도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기분 하나는 최고였다!!’


IMG_0271.JPG 커피 체리


현지 시장에 가보면 생각보다 깨끗했다. 물론 마음이 심란한 곳도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외국인들에게는 조금 비싸게 팔기도 한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었기에 괜찮았지만 자주 사다 보니 점점 가격을 알아가게 되었고 그 가격에 맞게 물건을 사게 되었다. 물론 지인의 도움이 컸다. 내가 좋아했던 과일은 물론 갖가지 음식 재료들이 가득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중국의 영향은 컸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마늘은 현지의 것과 확연히 비교되었다. 중국 마늘은 크기도 컸고, 무엇보다 잘 까졌다. 내 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현지 마늘은 작고 까기가 좀 까다로웠다. 하지만 대부분이 무농약이기에 품질은 좋았다. 특히 당근은 너무 달고 맛있었다. 수박도 있었는데 크기가 정말 컸다. 물론 맛도 좋았다. 가격은 우리나라의 1/4 정도였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특이한 것 중 하나는 계란이었다. 그곳에서 계란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동물 복지 인증 계란이다. 하지만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위생적이진 않다. 그래서 다른 그릇에 계란을 깨뜨려보아 상태를 확인하고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현지인들이 판매하는 그들의 문화를 하나씩 구매하며 나의 입맛도 그들에게 스며들었다.


IMG_3586.JPG 길가의 과일가게


IMG_3093.JPG 흔한 길거리 잡화점이다. 보통 철창으로 막아둔다.


IMG_2984.JPG 쌀가게, 보통 3~5종류의 쌀을 판매한다.


사실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시장은 탕가에서 봤던 어시장이었다. 그곳은 바다에서 막 잡아 온 생선들을 곧바로 경매에 부쳐 판매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아는 참치, 만세기, 다금바리, 돔 그리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생선들까지 말이다. 그 현장에서 곧바로 판매되는 생선들은 구매자의 손에 넘어갔다. 며칠 동안 구경하다가 그 경매에 참가하기로 했다. 물론 외국인인 우리가 참여하긴 어려웠기에 현지인에게 부탁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새우, 오징어, 참치, 돔 그리고 다금바리를 구매했다. 가격은 묻지 않길 바란다. 한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IMG_3549.JPG 현지에서 친하게 지냈던 생선가게 사장님
IMG_3563.JPG 직접 구매해서 바로 회로 먹었다.


현지인들은 생선을 구워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막 잡은 참치로 회를 뜨기 시작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모른다. 입 안에서 살살 녹아드는 그 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꽤나 비싼 생선 중 하나인 ‘다금바리’도 해체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회로 먹었다. 입 안에 퍼지는 향과 식감은 오묘한 매력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턱관절이 좀 약해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 오징어와 문어 그리고 낙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잡힌 오징어는 왜 이렇게 부드러운지 내 인생에서 이처럼 오징어를 많이 먹은 적이 없었다. 손바닥만 한 오징어였는데 정말 부드러웠다. 이것을 어떻게 먹었냐면 ‘샤부샤부’로 먹었다. 그만큼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라면에 넣어서 먹었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라면 스프에 오징어만 넣고 먹기 시작했다. 정말 끝없이 들어갔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지경이었는데도 말이다.


IMG_3382.JPG 정말 맛있었던 탄자니아 오징어


IMG_4904.JPG 한국 라면과의 콜라보


‘인테리어는 바꿀 수 있어도 뷰는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들의 자연환경에서 얻었던 추억은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추억인가 보다.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들 말이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수백 가지다. 그것들은 여전히 내 가슴에 품고 있다. 하나씩 꺼내 보는 맛이 여행이 주는 여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도 추억의 여운을 풀었다 여미기를 반복한다’

이전 10화35.7도 │ 잔지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