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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알았던 영화 열세 번째!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by 달빛바람

개요 드라마 미국 98분

개봉 1990년 05월 12일

감독 브루스 베레스포드 Bruce Beresford



1. Opening 오프닝


영화는 흑인과 백인의 신분이 엄격히 구분되고 노예제도의 잔상이 아직 가시지 않던 1950년대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데이지 부인(제시카 탠디)은 평생을 교사로 살아온 여인이다. 은퇴 후에도 책과 음악, 그리고 마을의 일들을 챙기며 칠십을 넘긴 나이에도 바삐 살아간다. 그녀의 걸음걸이와 목소리에는 노년의 느릿함보다, 젊은 시절 품었던 기품과 자존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선물한 번쩍이는 신형 세단을 몰고 나선 데이지. 그러나 후진기어를 잘못 넣어 담장을 들이받는다. 놀란 아들 불리(댄 애크로이드)는 기사를 두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자존심 강한 데이지 부인은 자동차 탓이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고집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살아온 시대와 환경이 빚어낸 견고한 성채 같다.

이 오프닝 장면은 단순히 한 번의 소동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거리 풍경, 유대인 공동체의 끈끈한 결속, 그리고 데이지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교차하며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시대의 공기와 인물의 결을 한 번에 보여준다. 유대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남부의 보수적 틀 속에서 살아온 한 인간의 자화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이때 데이지 부인 역할을 연기한 배우 제시카 탠디 Jessie Alice Tandy는 무려 1909년 생으로 촬영 당시 여든의 고령이었다. 하지만 소녀다운 설렘과 새침한 표정 그리고 노년의 고집과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1994년 09월 11일 여든다섯 해에 영면에 들었다. 그녀는 이 영화로 그 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녀가 남긴 미스 데이지의 초상은 단지 한 영화 속 인물의 모습이 아니라 한 시대를 건너온 인간의 궤적이자 고집과 품격이 동시에 빛나는 얼굴이었다.



2. 호크의 등장


호크(모건 프리먼)가 처음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는 이 이야기의 리듬을 바꾼다. 불리의 방직공장은 마감일을 앞두고 숨이 가쁘게 돌아간다. 거친 섬유 냄새와 땀 냄새, 철제 기계의 덜컹거림이 한데 섞인 공기 속에서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말썽을 부린다. 일꾼들은 안에 갇혀 답답해하고 사장인 불리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해결책을 찾지만 기계는 완강히 버틴다. 그때, 멀찍이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사내가 다가온다. 주름진 얼굴에 세월의 굴곡이 묻어 있고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져 있다. 바로 남자 주인공 호크! 그는 단숨에 문제를 해결해 낸다. 불리는 그를 첫눈에 맘에 들어하고 어머니의 운전사로 고용한다. 그는 처음부터 그에게 이렇게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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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바람입니다. 작은 극장을 품은 마음으로 영화와 일상의 자잘한 조각들을 주워 담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스크린 너머에 잠든 숨소리 같은 것들을 조심스레 건져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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