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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것을 무너뜨린 그날 밤의 한마디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by 달빛바람

"이젠 만족합니까?" 스물아홉, 내 모든 것을 무너뜨린 그날 밤의 한마디

찢어진 눈썹에서 터진 피가 땀과 범벅이 되어 질척인다. 링 위의 조명은 흰색이 아니라 피와 땀을 얼어붙게 만드는 푸른빛에 가깝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한 장면.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주먹을 쥔 채 매기의 찢어진 상처를 본다. 승리나 패배 따위의 고상한 단어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것. 짐승처럼 자기 것을 지키며 동시에 상대의 것을 빼앗는 야만. 그리고 터지는 숨을 홀로 가다듬어야 하는 처절한 고독.


그 지독한 온도가 하필, 내 스물아홉의 겨울, 그 폐공장 안으로 스며들었다. 허가도 받지 않은 칠흑 같은 폐공장. 녹슨 철제문을 닫자 뼛속을 파고드는 냉기와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우리를 통째로 삼켰다. 렌즈에 서린 입김을 짐승 털 닦듯 문지르던 촬영감독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감독님. 조명 배터리 딱 한 시간 남았어요. 진짜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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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바람입니다. 작은 극장을 품은 마음으로 영화와 일상의 자잘한 조각들을 주워 담습니다. 줄거리보다는 스크린 너머에 잠든 숨소리 같은 것들을 조심스레 건져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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