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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by 달빛바람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문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사랑도 원망도 희망도
저무는 붉은 하늘 아래 나는 걸어갔다

핏발 선 석양을 어깨에 걸치고
부서진 깃발처럼 마음을 묶었다.
메마른 타라의 흙을 맨발로 밟으며
숨 쉬는 땅의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이것은 잃어버린 것들의 마지막 숨결
목화밭은 하얀 한숨으로 일렁이며
나를 가만히 끌어안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먼 꿈처럼 흐르고
유모도 하녀도
남정네들 모두 모두 떠나고

울음을 삼키고 피 묻은 돈을 붙잡았던 밤
깨진 심장을 드레스로 감쌌던 무도회
램프 전구알처럼 다시 달아올랐던 얼굴

땅은 아팠고
별들은 굶주렸지만
다시 허리끈을 조여매며
무너진 하늘 아래 춤을 췄다

그리워했던 것 놓친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우둔한 시절
그 시간을 지나

굶주린 하늘을 이마로 밀어내며
타라로 돌아왔다
하얗게 스러진 목화꽃이
과거의 껍데기처럼 흩날린다

피멍 든 발뒤꿈치 뒤로
애슐리의 점잖은 어깨가
레트의 매력적인 미소가
흘러간다
그리고 보노
잊을 수 없는 이름

허영도 사랑도 울음도
이 붉은 땅에 묻으리

그래
가장 깊은 구덩이를 파고
절망을 씨앗 삼아
내일을 자라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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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보고

스칼렛 오하라(Scarlett O'Hara)의 시점으로 쓴 자작시입니다. '타라'는 영화 속 지명(地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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