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스마트폰

책육아

by 희박한아빠

26개월 우리 딸에게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부모님도 휴식과 여유가 필요해서 짧게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보여주는 건 괜찮지 않아? "

"어떻게 지금까지 핸드폰을 안 보여주고 버텼어?? "

핸드폰 유튜브를 전혀 안 보여준다는 나의 이야기에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다들 똑같다.

"왜? 안 보여줘?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잖아. 조금씩 보여줘야 해 "라고 말한다.


하지만 와이프와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스마트폰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핸드폰 대신에 책을 읽어주었다.


끊임없는 유혹이 있었다. 첫째 아이의 성향이 나와 너무 비슷하다. 호기심도 많고,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서 왈가닥 소리를 듣는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이 빠르고, 사물과 장소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조금 다른 것은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나와 달리 조금 부끄럼이 있는 정도? 그게 애교 많은 우리 딸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동이 남달랐다. 얘는 분명 움직임이 굉장했다. 임신한 와이프가 길을 걷다가도 태동이 너무 심해서 가던 길을 멈춰서 자리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

장점도 많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본 적이 거의 없다. 늘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녔고, 놀다가도 엄마의 반응을 살피는 에니어그램 가슴형이 분명했다. 아기라서 성격을 쉽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웬만한 남아만큼 힘들었다. 이는 육아를 함께하는 친구들도 모두가 동의했다.


"첫째 딸 사랑이는 에너지가 남달라"

"엄마가 하던 말이 거짓이 아니라 진짜였어.."


힘들다고 토로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핸드폰을 보여주는 건 어때? 그때만이라도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라고 주위 지인들이 말해주었다.

진짜로 핸드폰을 보여주면 산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들도 한순간에 핸드폰에 빨려 들어가듯이 조용해지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님이 쉬기 위해 핸드폰을 보여주는 건 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법을 찾던 중 와이프가 "책을 읽어주자!!"라고 나에게 말해주더니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당근마켓으로 책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책을 아침 점심 저녁 아니 틈날 때마다 책을 읽어주며 함께 놀았다. 똑같은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어주었다. 와이프가 지치면 내가 읽어주었다. 어떤 성공을 위해 읽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핸드폰이 아닌 방법으로 기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놀아주는 방법이 책 읽기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좋아하는 책을 직접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였고,

지금은 글자도 모르는 아이가 책을 들고 와서 제목을 말하고 책 내용도 이미 거의 다 외우고 있다.

특히, 18개월부터 24개월까지 읽었던 국민 도서 '추피'는 입이 닳도록 있었다. 이 책은 혼자서 스스륵 넘기면서 보기도 한다. 이제는 질렸는지, 요새는 스마일 북스 차일드 애플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책을 읽어서 에너지가 줄어들진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교감하며 소통은 분명히 잘 되었다.

또한, 수동적이기보다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하고 말도 엄청 많이 한다. 때로 말이 너무 많고, 노래를 하도 많이 불러서 가끔 피곤하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부모와 교감하는 느낌이 너무 좋다.

내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언어는 한정적이지만 책에서 나오는 언어는 다양했고, 나 또한 몰입해서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책이 원래 많았나?? 왜 나는 이런 걸 몰랐을 까 아쉬울 뿐이다.


지금도 장난감은 최소한으로 구비하고, 전면 책장에 책을 꽂아놓고 틈날 때마다 읽어주고 있다.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기는 지혜가 차고 넘쳐서

그 지혜를 나누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기에게 책을 읽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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