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자는 첫째 사랑이
언제 잘 지 모르는 이 시간이 두렵다. 오늘도 밤 11시에는 잘까?
저녁에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패턴이 있다.
둘째를 스쳐가듯 살짝 쳐다본 뒤 온 집중과 관심을 첫째에게 준다.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이리저리 다 참견한다.
손 씻으면 본인도 씻겠다고 의자를 들고 온다. 10초면 가능한 손 씻기를 내 자리를 빼앗아
거품을 묻혀가며 오래오래 씻는다.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가면 본인이 옷을 골라주겠다고 본인이 아는 모든 단어들을 총 동원해 꺼내주겠다고
내 앞길을 막는다. 둘째를 제대로 바라볼 세도 없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7시~8시에 도착한 나는 배고파서 한 그릇에 모든 음식을 떼려 넣어 후루룩 마시듯 밥을 먹는다. 밥 먹을 때도 내 옆자리에 앉아 첫째 사랑이는 보여달라. 나도 먹고 싶다. 어떤 거냐. 그러다가 배고프면 간식 꺼내달라. 아우성이다. 와이프랑 대화하면 대화도 하지 말란다. 결국 다시 첫째 사랑이와 놀아줄 수밖에 없다. 육아하느라 지친 와이프를 위로해 주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 첫째를 전담마크하는 게 와이프를 쉬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유 있게 식탁에 앉아 담소를 나눈 지 오래된 것 같다.
살짝 숨 돌리면 8시가 넘었다. 씻어야 할 시간이다. 로션, 갈아입을 옷, 기저귀, 드라이기 등을 모두 안방에 옮겨놓은 뒤 씻을 준비를 마친다. 샤워하기 전 약을 먹이고, 양치질한다. 양치질이 제일 어려운데 본인이 칫솔을 들고 하겠다고 건들지 말란다. 입을 닫아버리고, 우르르 퉤를 안 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쉽지 않다. 빼앗으면 도망가고 안 하겠다고 버팅긴다. 매일 협상하며 시간이 5~10분 넘어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에는 매일 씻었는데 날씨가 추워서 요새는 2일에 한 번만 씻는다.
머리 말리고 로션 바르면 9시가 넘어간다. 집에 와서 핸드폰을 들여다볼 시간과 여유도 없다.
9시가 되어 책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읽어준다. 이때가 유일하게 차분하게 소통하며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러면 10시부터 불을 끄고 재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노래 부르고 불 끄니 책 더 읽어달라고 계속 말하고 굴러다니면서 나 올라타고 잠이 들만하니 엄마 불러달라고, 물 먹겠다고 거실로 나가겠다고 동생보고 싶다고 한다. 휴.... 요새 말이 더 늘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인지 잠자기가 쉽지가 않다.
고집이 강해지고 하고 싶은 게 많아지면서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단호하게 훈육하고 있다.
소리를 지르고 자꾸 떼를 쓰면 조용히 방 안에 들어가 하나씩 짚어주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 금세 이해를 하고 받아들인다. 아직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변화의 여지가 보인다.
오늘도 첫째 딸은 결국 11시에 잠들었다. 거실로 나와 못다 한 분리수거와 설거지, 장난감 정리를 마치면 11시 30분.
와이프랑 대화를 해보려 하지만 우리 둘 다 뻗었다. 아니.. 육아 원래 이렇게 힘든 거냐고요~~~
나 개인 시간 좀 보장해 줘~~~
그래도 아빠에게 반갑게 맞아주고, 온갖 애교를 부리는 첫째 딸 덕분에 다채로운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좀 더 크면 재미난 일상이 펼쳐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