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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경 Jun 09. 2024

침착맨과 하정우에게 끌리는 당신에게

김홍을 추천한다.

개그 코드, 영화 취향, 음악 취향 어느 한 가지가 맞으면 다른 부분도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핵심 인자가 맞는다고 할까. 여하튼 취향에는 고유 무늬가 있다.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고유 무늬는 소설가 김홍이다. 한국 영화에 하정우, 유튜브 침착맨이 있다면 문학에는 김홍이 있다.


김홍소설은 예측 불가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등장인물의 특성이 대충 예상이 되는 소설과는 다르다. 섣불리 틀을 규정지을 수 없다. 하정우 감독의 영화 <롤러코스터>가 생각난다. <롤러코스터>의 배경은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가 가고 있긴 한 건지 시작부터 끝까지 종잡을 수 없다.


또한 김홍소설은 침투브를 보는 것 같다. 궤변에 계속 빠져든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권력 같다. 궤변 A에 대해 당황하고 있는 사람을 뒤이은 궤변 B로 홀린다. 침착맨은 국밥이 칼국수보다 해장메뉴로 적합한 이유가 밥으로 속을 꾹꾹 눌러 주기 때문에 좋다는 소리를 한다. 김치찌개와 육개장 중에서는 육개장의 '크한' 칼칼함이 아니라 김치찌개의 '산뜻한' 칼칼함이 해장에 낫기 때문에 김치찌개가 낫다고 하는 궤변들. 냉면은 좋은 감미료, 요구르트는 자극적 감미료라는 자신만의 고집. 뻔뻔한 침소리다.


아래는 김홍의 신춘문예 등단작 『어쨌든 하루하루』의 일부다.

“치타는?” 

아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뒤로 꺾었다. 선글라스에 가렸지만 눈물이 맺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을 나가버렸어. 예상은 했는데 조금 갑작스럽더라. 시국이 이러니 말릴 수도 없고….” 

“그래. 시국이… 아무래도 그렇지.”

알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치타는 주인공과 전 부인이 키우던 고양이고, 저 때 시국은 탄핵 정국이다. 내막을 알아도 여전히 물음표다. 이게 김홍소설의 매력이다. 뭐가 아무래도 그렇단 말인가.


김홍의 최근작 『프라이스 킹!!!』은 주인공 '구천구'의 해방일지다. 허상인 정체성을 벗어던지는 과정이다. 그 외 인간의 보편적인 허상인 자본과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등장인물들은 사람들을 낚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으려 한다. 대선후보 백종원은 상업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그는 권력도 손에 쥔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당선 후 그는 자신의 모든 지점을 본점화 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대중들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예측불가, 상징과 더불어 김홍소설의 또 다른 백미는 문장을 이끌어가는 드립감이다. 전작 『엉엉』에서도 김홍 특유의 개그가 만연했지만, 『프라이스 킹!!!』에서는 문장마다 드립이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신소리가 취향이라면 김홍소설은 당신 취향을 저격할 것이다. 개그 코드도 <롤러코스터>와 결이 같다. <롤러코스터>에서는 기내 손님이 기절하자 승무원이 의사를 찾는다. 의사라고 나타난 사람은 안과의사다. 안과의사는 기절한 승객을 보고 "생각보다 하체가 좋으시네요. 근육량이 상당합니다. 축구선순가요?"라고 쉴 새 없이 떠든다.


아래는 『프라이스 킹!!!』의 일부다.

세기말의 불안이 사람들을 휩쓸고 얼마 되지 않아, 불상의 원인으로 전국의 ㄱ이 일거에 실종된 것이다...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인 건 서태지 팬덤이었다.  2000년 발매된 앨범 <울트라맨이야>의 9번 트랙 'ㄱ나니'가 '나니'가 돼버린 거다. 아무래도 일본어 나니(なに )처럼 보이는 것 때문에 팬덤 수뇌부는 골머리를 앓았다...


없앤 ㄱ 서사진 않는다. ㄱ이 없어진 에피소드는 등장인물의 사업수완을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그냥 냅다 없애는 거다. 그게 김홍소설이다. 말이면 다인 줄 아냐고? 김홍소설에선 그렇다. 말이면 다다. 세상은 내 머릿속에 있다. 내 몸은 세상에 있다.


이처럼 소설에서 논리와 인과관계나 개연성을 찾는다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강명이 구분한 소설  3번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루키 소설이 그렇다. 카프카『변신』이 그렇다.

① 사실성을 추구하는 소설 :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사건에 휘말리는 소설
② 사실성은 없을지라도 개연성과 핍진성을 추구하는 소설 : 잘 쓴 SF소설, 정교한 판타지 소설
③ 사실성, 개연성, 핍진성을 추구하지 않는 소설 : 비현실적, 비합리적 사건이 벌어지는 소설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현상은 설명하기 어렵다. 인간의 삶에서 필연적이고 본질적인 사건일수록 인과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런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는 것에 한한다. 삶이 그렇다. 김홍소설들이 그런 것처럼.


김홍은 LG 트윈스팬이고, 『프라이스 킹!!!』은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 또한 의회 정치에 회의적이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매번 욕하면서 야구를 보는 심리와도 같다. 그가 수상소감문을 쓸 당시 LG트윈스는 한국시리즈 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이번엔 왠지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도 2023년 LG트윈스처럼 승리할 날이 올까. 삶은 인과관계를 벗어나 있고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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