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비엔나에 있었다. 업무 관련 각국 실무자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 업무를 넘어선 열띤 논의가 오갔다. 내가 공익적 가치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체감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하는 업무의 철차와 내용이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던 차에 적절한 자극이 되었다.
회의장 근처 풍경. " 하늘이 어쩜 이렇게 하늘색이죠?" 라는 말을 다섯번 정도했다.
도시는 거대한 테마파크였다. 짜임새 있게 들어선 건물들이 언제 지어졌는지 알 수 없는 예스러움을 뽐냈고, 공기는 청량했다. 고층 빌딩이 없는 생경한 도심 어디에서도 트인 하늘이 보였다. 해외에 나가면 한 가지 체감하는 게 있다. 공간이 다를 뿐인데 그 나라 사람들은 동시대를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곳은 아직 90년대 삶의 양식과 풍경이구나.'라는 식의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비엔나는 달랐다. 시대가 다른 게 아니라 애초에 다른 방식으로 존재해 온 세상 같았다. 이들에게도 서울은 낯설기에 매력적인 도시겠지.
호텔 앞에 브런치 카페가 있었다. 커피가 좀 썼는데 치즈를 잔뜩 넣은 샌드위치와 잘 어울려서 매일 아침 회의 가기 전 들렀다. 일정 둘째 날 저녁 야외에서 먹은 까르보나라는 짰다. 내가 만들어먹는 까르보나라가 더욱 고소하다. 정기구독 중인 유기농 포프리 달걀 굿굿.
표면에 있는 치즈를 면에 발라 먹었는데 소금이 숨어있었다.
마지막날 공항에 가기 전 중앙묘지에 들렀다. 흐린 날씨가 거대한 묘지 숲과 어울렸다. 중앙묘지에는 베토벤, 모차르트(가묘), 슈베르트 등이 묻혀 있다 했다. 역사가 기억하는 삶을 살았던 그들은 삶에 대한 회한이 덜할까 생각하다가 배가 고파져서 마지막 점심 머 먹을까 신중하게 고민했다.
잘 모르는 이의 묘 앞 벤치에서 한참 앉아 있았다. 다 같은 영면이니까.
마지막 점심으로닭고기 슈니첼과 감자튀김을 먹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를 찾아보았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가서 룽고 한 잔 마셨다. 기대 이상이어서 종업원에게 원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원두는 셰프가 이탈리아에서공수해 오고, 커피는 아라비카 70%, 로부스타 30%로 블렌딩 하여 머신으로 추출했단다. 충동적으로 원두를 100g 사 왔다. 후회된다. 오늘 점심 먹고 드립 커피로 내려 마셨더니 카페에서 먹었을 때 보다 더 맛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맛보지 못한 첫맛이었다. 더 사 올걸. 정기구독하고 싶을 정도다. 역시 커피는 드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