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연애시대>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여자라면 다른 취향은 볼 것도 없이 맞을 거야. 이상형이야. 동생 : 응. 그럴만하지.
<연애시대>는 특별하다. 동생과 술마실 때 틀어놓곤 했다.취향이나 코드가 비슷하면 나머지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는 나만의 방법이'<연애시대> 가설'이다.
<연애시대>는 감우성, 손예진이 주연한 2006년 드라마다. 주된 서사는 젊은 이혼 부부의 닿을 듯 말 듯한 사랑 이야기다. 서로 잊지 못했음에도 아닌 척하며 사소한 핑계로 접점을 이어간다. 감정 과잉도 없고, 자극적이지 않으며 설정이 자연스럽다. 대사와 전개가 뻔하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등장인물들도 사랑스럽다.
<연애시대>는 평온하다. 주요 배경이 분당인 점도 차분한 드라마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주인공들이 주로 만나는 던킨도너츠는 분당파크뷰 점이다. 주인공들의 집도 분당이고, 단골술집, 주인공 아들의 무덤도 그렇다. 음악은 노영심이 책임졌고, 드라마는 OST가 완성했다.
<연애시대>는 명품이다. 쪽대본이 기본이던 2006년에 16부작을 사전 제작했다.흔치 않지만 자연스러운 설정, 담백한 대사 그리고 울림 있는 내레이션이 세련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연애시대>를 본 후로 클리셰 범벅인 드라마를 보지 못한다. 연애시대 이후 제대로 본 한국드라마가 2012년 <응답하라 1997>이다. <연애시대> 때문에 예술이 진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연애시대>를 본 이후로 잘 만든 영화나 드라마를 접한 이후엔 원작이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 《연애시대》가 원작이기 때문이다. 소설도 읽어봤는데 드라마에 미치지 못했다. 드라마에서는 '여자는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일본 특유의 강박을 덜어냈다. 영상매체가 원작보다 낫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연애시대>는 크루아상이다. 폭력적인 탕후루 시대마저 지나 온 2024년에 저 표현 이상으로 덧붙일 말이 없다.저 문장은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을 즐겨 먹는 사람이라면 <연애시대>도 취향에 맞을 것이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갓 구워낸 크루아상(발뮤다 고마워!)이고, 대다수는 이 사실을 모른다. <연애시대>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연애시대> 가설'은들어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