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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도 엄마 아빠가 있었다.

스포일러 없는 <폭삭 속았수다> 감상

by 주경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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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임상춘의 필모그래피 : 동백꽃 필 무렵 등

연출 김원석의 필모그래피 :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 등


그리고 <폭삭 속았수다>


각본가와 연출자만으로 드라마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폭삭 속았수다>는 엄마 광례와 딸 애순, 그리고 애순의 딸 금명의 인생 이야기다. 드라마는 부모 자식 간 이야기를 하면서도 신파를 선택하지 않는다. <폭삭 속았수다>는 게으르지 않기 때문이다. 담담한 내레이션 드라마의 백미다. 몇 번이고 대사를 곱씹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인용 하지 않음)


시대극 몰입은 재현에서 시작된다. 제작비 600억 원이 영화 수준의 현실감을 선사한다. CG처리한 바다를 제외하고 거대한 세트장을 만들었다. 배를 포함한 1960년대 제주도 어촌 마을가져다 놓았다. 스쳐 가는 여관방 벽지 무늬에도 시절 담다.


김원석 pd는 명품 각본을 세련되게 구현. <폭삭 속았수다>는 부모를 떠올리면 드는 대표적 감정인 애절함을 절제해서 표현한다. 애절함과 담담함이 공존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폭삭 속았수다>는 매회 어려운 균형을 찾아낸다. 그리고 드라마는 생략과 절제를 통해 클리셰를 비껴간다. 보통 드라마였다면 담았을 장면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생략과 절제 덕에 생긴 여백을 디테일로 채운다. 툭 지나간 장면들을 뒤 회차에서 재조명하여 서사를 풍성하게 메운다.


여러 세대 이야기인 만큼 시제도 바뀌는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도 자연스럽다. 엄마의 유년시절, 딸의 유년시절과 엄마의 성인 시절, 딸의 성인시절과 엄마의 중년시절을 교차시키며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작사 작곡의 완성은 편곡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일까.


생략하고 절제하는 연출 위에 서사를 온전히 담으려면 배우 연기가 더욱 중요하다. 감정을 간접적으로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각자 역할을 해낸다. 주연 조연 누구 하나 빠지지도 튀지도 않는다. 대조적으로 직접 보여주기 방식은 쉬운 만큼 촌스러워지기 쉽다.


아이유는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 자체였다. 나는 그 이유가, 이지안이 아이유에게 어울리는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폭삭 속았수다>는 내 착각을 깼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처한 상황이 변하고, 그에 따라 주된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드라마 역시 애순의 일대기를 담았기 때문에 주인공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아이유는 소녀부터 새댁까지 넓은 연기폭을 보란 듯이 메웠다.


각본가 임상춘은 문학을 썼고, 김원석은 그려냈다. 다른 드라마들이 잘 만든 드라마 범위 안에 있다면, <폭삭 속았수다>는 영상 문학이라는 장르를 선사했다. <나의 아저씨>가 이 시대의 아저씨들을 위로했다면, <폭삭 속았수다>는 우리와 우리 엄마 아빠, 엄마 아빠의 엄마 아빠를 토닥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익숙한 감성을 번역없이 접하는 건 삶의 큰 축복이다.  축복을 당신과 나눈다.



https://youtu.be/o_Z2Lny6A20?si=CskEnF3bWFCTuC0F

폭삭 속았수다 ost : 곽진언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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