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서평
예상치 못한 업무협조 요청 전화나 쪽지에 시달린 날이나 생각 없이 유튜브 쇼츠를 보며 시간을 죽인 주말엔 몸보다 정신이 피로하다. 그럴 땐 적막으로 도피하듯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다. 왠지 모르게 뇌가 디톡스 되었다고 느낀다. 그 이유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있었다.
저자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 인간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 최신 미디어 인터넷이 뇌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을 변화시킨다. 인터넷은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며, 비판능력을 상실케 하고 우리를 망각에 익숙하게 만든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1, 2부로 나뉜다. 1부에서 책을 통한 사고의 심화를 다룬 뒤 2부에서 인터넷으로부터 기인한 뇌 구조 변화를 우려한다.
1부의 장점은 독서를 통한 인류의 고차원적 사고과정을 정리해 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문자를 발명하고 사용함으로써, 인류는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을 통해 읽고 쓸 줄 아는 이들은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았다. 그 결과가 19세기 <종의 기원>, 20세기 <상대성 이론>, <과학 혁명의 구조>,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침묵의 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는 뇌의 가소성을 근거로 독서를 통해 인류가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즉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말한 인류의 인지혁명과, 매리언 울프가 『책 읽는 뇌』에서 알려 준 독서를 통한 뇌 가소성을 종합하여 쉽게 풀어놓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된 효용은 2부에 있다. 현대인이 가장 빈번하게 정보를 접하는 인터넷은 정보습득 방식을 바꾼다. 제이콥 닐슨의 온라인 읽기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웹사이트에서 안구 궤적은 F자를 그리며, 우리는 정보를 대충 읽어 습득한다. 그로 인해 뇌는 대충 읽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화하는 비선형적 읽기 방식에 익숙해진다. 동시에 집중력을 통해 깊게 읽고 선형적으로 사고하는 뇌신경은 사라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이 인간의 사고방식까지 변화시킨다. 저자는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 습득이 독서와는 달리 뇌를 혹사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뇌는 혹사당하면 산만해진다. 인간은 온라인에서 많은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내용을 평가하고, 방해가 되는 정보로부터 뇌를 분리시킨다. 동시에 인간은 새로운 링크를 클릭할지 말지 순간적으로 판단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의 주의력이 분산되고 뇌는 인지 과부하에 빠진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뇌가 인지 과부하에 빠지면 어떤 대상이나 개념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한다. 인지 과부하에 걸린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체계적으로 해석하지 못한다. 우리의 이해는 피상적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우리는 깊은 독서 능력을 잃는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습득할 때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읽을 때 형성되는 풍요로운 정신적 연계기능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단순한 정보 해독기가 된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미가 커졌다. 이 책은 2010년에 발간되었고, 2020년 10주년 개정판 서문엔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온다. 스마트폰 접근성이 높을수록 작업기억용량, 지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본문에 추가되었다. 스마트폰을 가까이할수록 논리적 추론, 문제 해결, 창의력이 악화됐다. 책에서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알고리즘 원리로 작동하는 유튜브는 인간의 확증편향과 인지 왜곡을 강화한다. 이는 스마트폰과 함께 부정적 시너지를 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인한 인간 뇌 구조 변화는 인간을 넘은 인류 문제다. 인간은 인터넷을 이용해 기억을 아웃소싱하면서 망각에 익숙하게 만들고, 문화마저 얄팍하게 만든다. 문화는 인류의 집단적 기억이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밀도 높은 문화적 유산의 내부적인 레퍼토리가 고갈되면서 우리는 팬케이크와 같은 사람, 즉 단지 버튼만 누르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방대한 네트워크와 접속하면서 넓고 얇게 퍼져 있는 이들로 변할 위험이 있다.
- 극작가 리처드 포먼 -
책에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오늘도 적막하게 한줄 한줄 흔적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