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가치를 말해주어서
예능을 그리 즐겨보지는 않지만, 연예인 강남은 예전부터 제법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세계 최고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인 이상화 씨와 결혼한, 여러모로 ‘튀는’ 구석이 많은 연예인이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죠. 더해서 장난끼 많고 소위 말하는 ‘인싸’ 기질이 강한 즐거운 사람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사람에 대한 인상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방영된, MBC의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에게 그의 우상인 일본의 유명 만화가, 이토 준지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면을 보고요.
기안 84를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이토 준지와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까지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밝고 유쾌한 성격에 인성이 좋은 것으로도 유명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기안84와 함께 이토 준지를 만나러 가던 도중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가능하면 최대한 이토 준지와 직접 대화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열심히 배워온 기안에게, 자신도 옆에서 대화에 도움을 줄 거라고. 하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이 다음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나는 전문 통역사가 아니라서 완벽하게 통역을 못 한단 말야’
예전부터 번역이나 통역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자주 듣던 말들이 있습니다.
‘통번역 그게 뭐 대단하다고. 아무나 그 나라 말 할 줄 아는 사람 있으면 해결되지’
‘그냥 번역기 돌리면 다 되는데 뭐 하러 사람을 써?’
전문가에 대한 리스펙트는 커녕 기본적인 예의조차도 지킬 생각이 없는 무례한 언사죠. 그런데 요즘에는 줄어들기는 커녕 AI가 대두되면서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통번역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죠. 아주 무례한 언사입니다. 그리고 언어는 매우 민감한 영역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쌓아온 노하우가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케이스가 수도 없이 많죠. 괜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붙여주는 글자인 ‘士’자가 ‘通譯士’라는 단어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모두가 보는 인기 예능에서 통역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짚어준 강남의 말이 매우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던 기안84의 진한 공감도 인상적이더군요.
AI가 발전하면서 이런저런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꾸준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예상이 어디까지 들어맞을지는 저로서는 알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이든,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리고 어떤 분야든 ‘전문가’로 인정받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리스펙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