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어머니와의 ‘뉴 노멀’

가능하면, 최대한 길게

by 글쟁이게이머 L군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언가 집안일을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부업을 하고 계시는 그런 장면들이 떠오르곤 했죠.


지금의 어머니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할머니’가 되고도 제법 세월이 흐른 여성의 외모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 또한 어머니를 떠올리면 소파에 앉아서 손주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계시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었더군요.


바쁘게 움직이시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자식들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시고,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부엌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주시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 졌습니다. 아마 지금 그렇게 몸을 움직이셨다가는 바로 몸살로 며칠간 휴식을 취해야 하겠죠. 애시당초 그걸 시도하실 엄두도 못내고 계시지만요.


그렇게, 돌봄을 받던 자식들이 이제는 어머니를 챙겨드려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점점 약해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한 마음이 드는 날도 점점 많아지고 있죠.


일종의 가족관계가 ‘뉴 노멀’의 형태로 바뀌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이 바뀌게 되는.


하지만 저는 지금 상황이 하루라도 더 길게 이어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지 못했던 조부모의 사랑과 애정을 제 아들이 더 많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 뉴 노멀이어도 ‘노멀’이니까요. 어머니가 제 인생에서 함께 하고 계신다는 ‘편안한 평범함’이 유지되고 있는.


그래서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외식을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오랜만에 ‘엄마’한테 먹고 싶은 요리를 해달라고 말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언제 먹어도 맛있는, 돼지고기가 조금 더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엄마표 김치찌게’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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