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선이 날 향할 때, 난 숨고 싶었다.
소정은 늘 조용한 아이였다.
조용한 만큼, 눈에 띄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중학생 무렵부터, 습관처럼 도벽이 생겼다.
들킬까 봐 늘 불안했지만,
외롭고 우울할 때면 손이 먼저 움직였다.
무언가를 쥐고 나오면, 그 순간만큼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게 유일하게 내 안에서 집중되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지만, 그 물건이 손안에 있으면 잠깐은 덜 외로웠다.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도벽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도,
기억될까 봐 무서웠다.
그래도 학교에서만은 절대 훔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반에서 조용하고 비슷한 분위기의
지윤과 가까워졌다.
혼자가 아닌 게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지윤과의 관계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지루하고 가기 싫던 학교가 조금씩 달라졌고, 소정은 다른 친구들처럼 자신도 평범한 여고생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윤과 어울리며 도벽도 줄어들었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피어났다.
하지만 그 무렵, 반에선 자잘한 분실 사고가 이어졌다.
어느 날, 우연히 지윤의 휴대폰 갤러리를 본
소정은 낯익은 물건의 사진을 발견했다.
최근 반에서 잃어버린 것과 똑같았다.
놀라면서도, 묘한 동질감이 들었다.
혹시, 지윤이도 나처럼.. 그런 마음이었을까.
며칠 후, 몸이 좋지 않아 조퇴한 지윤의 가방을 챙기던 소정은 실수로 가방을 쏟았다.
물건을 정리하던 중, 그 사진 속 물건이 눈앞에 있었다. 그 순간, 몇몇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왔다.
당황한 소정은 반사적으로 그 물건을
자기 가방에 감췄다.
급하게 숨긴 탓에, 물건은 바닥에 떨어졌고
떨어진 물건을 본 아이들의 시선이,
소정에게로 꽂혔다.
순간 소정은 물건을 든 채, 교실을 뛰쳐나갔다.
뛰면서도 머릿속이 하얘졌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날 밤, 지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몸은 괜찮아? 내가 실수로... 미안해.”
기다림은 길었다.
지윤은 메시지를 읽었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다음 날, 소정은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다.
수많은 시선이 꽂혔고,
그 중심엔 지윤이 있었다.
“x발, 도둑년 왔네.”
그 한마디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윤의 손바닥이 소정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아이들의 시선엔 속엔 분명한 경멸의 표정이 보였고,
소정은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왔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고,
소정도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교과서를 펴고 샤프를 딸깍였지만,
머릿속엔 단 하나의 단어만이 맴돌았다.
도둑년.
뒤통수가 뜨거웠고, 교실에 있으면
더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책가방도 들지 않고 교실을 뛰쳐나왔다.
무작정 걷다가 도착한 곳은 동네 편의점이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뭔가 해야만 했다. 무언가를 훔치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
“야, 뭐 하는 거야!”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에 편의점 안이 멈췄다. 손님들의 시선이 모였고, 아르바이트생은
달려와 소정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그날, 소정의 엄마는 학교와 편의점에서 동시에 전화를 받았다. 소정의 도벽은 더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그 이후, 소정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엄마는 몇 번이나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소정은 그 말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고,
방 안에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소정의 두 평 남짓한 방에는
24시간 켜진 컴퓨터의 열기만이 존재했다.
그 온기가, 유일하게
자신을 남겨두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소정은 7년을 스스로 가두고 있었다.
온도 시리즈는 3부 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