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짐을 막는 건, 말보다 조용한 마음일지도
이 오피스텔엔, 인사하는 사람이 드물다.
동석은 그 드문 인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는 경비원이고, 지금은 사람을 조용히 관찰하는 사람이다.
작은 관리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말을 붙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오래전, 정년을 앞두고 회사를 나왔다.
직장 내 부당함에 맞섰고,
그 일로 동료들과도 멀어졌다.
퇴직 후, 한동안은 가족들과도 서먹했다.
지금은 이 오피스텔에서 일하고 있고,
삶은 조용하지만, 꽤 규칙적이다.
몇 해 전, 이곳에서 한 입주민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떠났다.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동석은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관찰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다.
그저, 마음이 힘든 사람은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라 믿고,
조금 더 주의 깊게 보는 것뿐이다.
그는 종종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의 눈빛이 흐린 날을 기억해 두고,
며칠간 보이지 않으면 초인종을 눌러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억지로 부탁한 사람도 없다.
그는 그저,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 전부터, 낯익은 입주민이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동석은 찾아가 초인종을 눌러봤다.
대답이 없었다.
기척이 없어 돌아서려던 순간,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깡 말라 있었고, 동석은 조용히 말했다.
"며칠째 안 보여서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쓰러질 듯한 청년에게 동석은 말했다.
"금방 다녀올 테니, 꼭 문만 열어주세요."
그렇게 말한 뒤, 동석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사곤,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소정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동석은 짧게 인사를 건네며 우유와 과자를 집었다. 계산을 하며, 소정이 조용히 말했다.
"요즘은, 밤 근무가 덜 무섭네요."
그 말에 동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정이란 이 아르바이트생도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었던 친구였다.
지금은 처음보다 밝아진 표정과
제법 씩씩해 보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쁜 걸음을 멈추기 않았기에
동석은 어느새 청년의 집 앞에 와 있었다.
딩동—
청년이 문을 다시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봉지를 잠시 바라보던 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감사합니다."
동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동석은 한동안 그 청년이 아침마다 불을 켜는지, 분리수거는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살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동석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묻진 않는다. 대신,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가끔은, 작은 마음 하나를 건넨다.
/조심스레 꺼낸 마음이,
3편의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어설프지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