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after time

by Toomuchpink

5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를 만나면서 우리는 단 한 번의 해외여행도 함께 가지 못했다. 항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5년이 넘게 유지해온 이 관계도 어쩜 그런걸까 싶었다. 사실은 진작 끝났어야하는데 끝없이도 나는 이유를 만들었던걸까?


익숙한 동네가 오랜만에 찾은 고향처럼 느껴지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벌써 그곳은 옛것 같았다. 주변 거리의 사람들도 다 낯설었다.


익숙한 그 모든것을 저버리자니 몹시 서운했다. 그렇다고 모른채 하기엔 너무 닳아서 헤져버렸다. 더 이상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마침내 철거 딱지가 붙은 재개발 건물 같았다. 흉물스럽고 버려진 텅 빈 건물 같았다.


어쩜 애매하게 남겨진 나의 흔적들 속에서 그를 혼자두는게 나의 가장 큰 복수였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복수를 하면 마음이 시원할까? 나는 퍽 그렇지 못했다.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버스의 문이 열렸고,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역사 앞에는 쪽파를 다듬은 아주머니가 장갑과 모자를 두른 채 덩그러니 앉아계셨다. 시계는 밤 열시 사십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저 분은 왜 이 시간 까지 길거리에서 야채를 팔아야만할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그걸 살만한 손님은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갑자기 사라진 가을이란 계절 속에 존재감 없는 낙엽을 바라보듯이 마음이 아팠다. 나의 서른 살 가을은 그렇게도 참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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