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2018.10

by conair

‘당신의 삶의 목적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답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답한다. 그래서인지 나의 서가에도 행복과 관련된 책이 족히 7권은 넘게 꼽혀 있다. 그럼 과연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순천 선암사 주지스님의 행복 공식은 분모는 만족의 기준, 분자는 소유한 물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유한 물질의 양을 늘리거나 만족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한 물질이 커지면 커질수록 만족의 기준도 커지기 때문에 물질을 늘려서는 행복해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속담에 ‘행복은 만족에 있다(Happiness lies in contentment).’라는 표현이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대 3대 ‘명강의’ 주인공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구성요소로 유쾌함, 만족 그리고 삶의 의미를 꼽았다. 영국 통계청에서는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질문을 던진다. 요즘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어제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 어제 얼마나 행복을 느끼셨습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하는 일들이 얼마나 가치 있다고 느끼십니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에서 ‘사회성이 성공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가 사회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직원의 능력을 훨씬 배양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약을 많이 팔 때마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보다, 그들이 파는 약을 먹고 질병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고 그것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약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애쓰고 영업도 훨씬 더 열심히 하더라는 겁니다’(정재승저 열두 발자국)

400억이 남는 제작비,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을 포함한 호화 캐스팅, 공전의 히트작 도깨비로 익숙한 김은숙 작가 작품 등 이미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 이상할 것처럼 보였던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은 종편에서 방송되었음에도 시청률 18%를 넘어선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김은숙 작가의 시적인 아름다운 대사들, 미워할 수 없는 대배우 이병헌의 절정에 달한 연기, 아름다운 영상,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는 꽃잎처럼 스러질 수 있는 세 남자(바보 등신 쪼다)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 보다 더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집권자의 시선이 아닌 민초의 시선으로 가장 비극적인 우리의 근대사를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드라마로 보는 느낌이다. 임금, 궁내부 대신, 조선최고 명문가의 영애, 조선최고의 갑부 아들도 나오지만 이들의 눈보다, 백정의 아들, 노비의 아들, 전직 추노꾼인 전당포 주인, 포수, 전직 궁녀인 주모, 제빵사, 인력거꾼 등 민초의 눈으로 역사를 보게 한다. 의병대장으로 나오는 도공 황은산은 조선인의 얼굴을 한 미국인 유진 초이에게 말한다. ‘의병이 하나면 매국노는 다섯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지 않는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의병활동을 하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외신기자 프레더릭 아서 메켄지의 취재에 응한 의병은 이렇게 말한다. ‘일본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소.’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다. 처자식을 버리고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산으로 들로 숨어들며 고달피 고달픈 의병활동을 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신의 삶이 의미가 있다는 믿음은 모든 것을 감내케 한다. 행복의 주요 요인은 바로 삶의 의미인 것이다.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 애가 호강스러운 삶을 버리고 불꽃처럼 살다가 산화하는 삶을 선택한 것은 삶의 의미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연인을 따라 미국으로 가지 않고 조선을 구하기 위한 힘겨운 의병의 길로 나아가는 것도 삶의 의미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조선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 가에는 관심이 없소. 나는 다만 나의 연인이, 나의 은인들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오.’라고 말하던 이방인 유진 초이가 연인 고애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것 또한 그 여인이 자신의 히스토리요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행복의 조건은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 그것은 삶의 의미, 가치와 목적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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